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수십억원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29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은 총수 2세인 박태영 부사장과 김인규 사장, 김창규 상무, 하이트진로주식회사를 계열사 서영이엔티에 인력지원, 통행세 부여, 도급비 지급 등으로 43억원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1월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100억원 규모의 부당 지원을 했다며 박 부사장 등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이 2008년 인수한 회사로 지난 5월 말 기준 박 부사장 58.44%, 차남 박재홍 상무 21.62%, 박 회장 14.69% 등 총수 일가 지분이 99.91%에 달한다.
이들은 공정위와 검찰 조사에서 2013년~2014년 하이트진로가 자회사 삼광글라스에서 구매하던 맥주캔 제조용 코일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도록 해 8억5,000만원 상당의 통행세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4년~2017년에는 삼광글라스의 글라스락 캡 거래에 끼워넣어 18억6,000만원을 이득을 취하게 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서영이앤티 직원에 대해 자문료를 지급하고 파견 직원 수수료를 적게 받는 방식으로 5억원 상당을 지원했으며, 2014년에는 서영이앤티가 지분 100%를 보유한 서해인사이트에 도급비 인상 등을 통해 11억원 상당을 지급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 취득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의 차입금을 부담하게 됐고, 이자 납부 등을 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부당지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영이엔티는 그룹지주사인 하이트홀딩스 지분 27.66%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위 조사에서는 혐의를 부인했다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측은 “향후 진행되는 재판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일감 몰아주기 관련 첫 고발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여서 공정위의 다른 일감 몰아주기 사건의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과 6월에 효성과 LS에 대해 각각 과징금 30억과 260억원을 부과하고 총수 일가와 경영진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하림·태광·대림·금호아시아나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올해 초 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