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지지율 하락·정치적 부담에...文, 이례적 신속 결단

"金 보좌관 잇딴 돌출 발언으로

내년 총선 걸림돌" 판단한 듯

탁현민 행정관 사표도 수리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신속히 경질한 것은 김 보좌관의 ‘설화’에 따른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충격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보좌관이 전날 강연에서 지목한 20대와 50~60대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세대인 만큼 김 보좌관의 5060세대 폄훼 발언은 내년 총선을 앞둔 청와대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전임 비서실장에 비해 ‘내부 기강’을 특히 강조하는 노영민 비서실장의 스타일이 이번 김 보좌관 경질 과정에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장하성 전 정책실장 등이 ‘강남 발언’ 등을 통해 거센 논란을 일으켰을 때도 즉각적인 인사 조치를 하지 않았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 과정에서는 조국 민정수석에게 강력한 재신임을 보내며 감싸 안을 정도로 측근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도 “경제보좌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만큼 ‘자기 사람’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것이다. 김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고 볼 수는 없으나 그의 저서를 보고 문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경제 분야의 핵심 참모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 보좌관 발언의 수위와 후속 조치에 대해 청와대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5060세대’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 이번 인사를 좌우한 것으로 보인다.


김 보좌관은 전날 대한상의 강연에서 5060세대를 향해 “은퇴하시고 산에만 가시는데 이런 데(아세안) 많이 가셔야 한다” “한국에서 SNS에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악플 달지 말고 딴 일을 찾으라는 말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전체적인 맥락을 떠나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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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보좌관은 또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라. 여기(아세안) 보면 ‘해피 조선’” “국문과(전공 학생들) 취직 안 되지 않느냐. 그런 학생들을 왕창 뽑아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등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20대 청년들에게도 상처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역시 ‘청년 일자리’를 핵심으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이에 더해 취임 초부터 ‘춘풍추상(春風秋霜·남을 대할 때는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엄격하게 해야 한다)’을 강조하며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노 비서실장의 판단이 이번 경질 인사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노 비서실장은 직원들에게 “비서는 입이 없다”고 강조하며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글을 SNS에 올리는 것을 자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돌출적인 발언으로 계속해서 구설수를 낳고 있는 김 보좌관을 또다시 청와대가 감싸 안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청와대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사표도 수리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탁 행정관은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일들에 대한 평가는 칭찬이든, 비난이든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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