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테슬라 지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줄였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지난 17일 장 마감 후 보유 중인 테슬라 지분 4.9%의 대부분을 헤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PIF가 테슬라의 지분을 유지하면서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리스크를 줄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주가가 오를 경우 29억달러 규모의 지분가치에 대한 이윤 상승폭도 제한된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운용하는 PIF는 지난해 8월 테슬라 지분 4.9%를 매입해 5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비상장사 전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PIF가 테슬라 상장폐지와 관련한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 밀어주던 PIF, 지분 헤지 왜?
“수익 관리 차원서 적절” 평가
PIF-테슬라 관계 소원해진 탓
이번 PIF의 지분 헤지는 지난해부터 테슬라의 경영악화로 주가 낙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PIF가 수익관리 차원에서 시행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헤지를 시작한 17일 주당 347달러에서 27일에는 296달러에 장을 마치는 등 헤지 이후 15%나 하락했다. FT는 “PIF가 헤지를 하면서 테슬라 주가 하락에 대한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며 “PIF의 헤지는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했다. PIF는 지난해 4~5월 주당 300달러 미만에 테슬라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PIF의 결정이 테슬라와의 소원해진 관계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테슬라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PIF는 지금까지 테슬라의 비상장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테슬라의 라이벌인 전기차 업체 루시드모터스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도 “수개월간 PIF와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주식을 모두 팔았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PIF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