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슬픔 속 수요집회 "다음 생엔 잃어버린 청춘 사시길"

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2차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2차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통의 짐 내려놓으시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할머니들이 별이 될 때까지 일본 정부는 어떤 태도를 보였나요. 한국 정부는 어떤 행동을 했나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한 후 처음 맞은 30일 수요일 아침,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에는 떠나간 할머니에 대한 추모와 일본을 향한 사죄 촉구 목소리로 가득 찼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제1,372차 수요집회를 개최했다. 수요집회는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1992년 1월부터 27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후 열린 첫 수요집회인 만큼 이날 참여 인원은 평소보다 배 이상 늘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 위안부 할머니 지원 팔찌를 구매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는 김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에)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렇지만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그 뜻을 이어가겠다는 (저희의) 마음을 아신다면 할머니도 나비처럼 날아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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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2차 수요집회 현장에 故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 사진이 놓여있다. /연합뉴스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2차 수요집회 현장에 故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 사진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자유발언에서도 김 할머니의 추모는 이어졌다. 인천고등학교에 다니는 김태양 군은 “김복동 할머니께서 보여주신 용기 있는 행동들 우리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스물세분 할머니들은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더욱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연합 동아리 ‘메모리아’의 이송림 씨는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다음 생에는 잃어버린 청춘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추모했다.

정의연은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쓴 ‘나비 메시지’도 소개했다. “고생하셨어요, 저희가 무거운 책임 지고 살아가겠습니다”, “별이 돼 지켜보실 것으로 믿겠습니다. 할머니가 꿈꾸시면 평화가 올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는 내용이다.

정의연 측은 성명서를 통해 “이제 스물세분의 피해 할머니께서 생존해 계신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씀하신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함께 활동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국민대 평화소녀 건립추진위원회, 인천고등학교 인천 청라중학교 학생 등이 참석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2차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故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2차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故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지난 28일 별세한 김 할머니는 평생을 거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고발한 평화 인권운동가다. 지난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세상에 나섰다. 2012년 3월 8일에는 김 할머니와 함께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 ‘나비기금’을 발족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의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다. 29일 하루에만 1,500여명이 조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발인은 다음 달 1일 엄수된다.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충남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된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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