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선임기자가 간다] 도로 위 시한폭탄 수소車? 달리는 공기청정기라 불러주세요

'넥쏘' 탄생시킨 R&D 핵심기지

본사서 40분 거리 용인에 위치

석·박사급 연구원 200여명 넘어

연구시설·인력도 추가확충 나서

수소와 결합할 깨끗한 산소 필요

필터가 99.9% 초미세먼지 제거

핵융합 수소폭탄과 반응원리 달라

운전온도 70도, 발화점의 ⅛ 불과

폭발위험은 루머...LPG보다 안전

현대차 마북 환경기술연구소의 윤상호 책임연구원이 28일 서울경제신문에 수소차의 특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현대차 마북 환경기술연구소의 윤상호 책임연구원이 28일 서울경제신문에 수소차의 특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지난 28일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현대차 환경기술연구소.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35~40분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석·박사급 200여명이 미래 먹거리인 수소전기차(FCEV·이하 수소차)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로비에는 세계 최초 시판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소차인 투싼ix(2013년)과 이를 업그레이드해 최근 선보인 ‘넥쏘’의 내부 모형과 부품을 전시해놓았다. 현대차가 수소차의 퍼스트무버(First Mover)답게 연구개발(R&D) 시설과 연구원 확충에 들어간 것도 볼 수 있었다. 2005년 가동에 들어간 1만3,859㎡ 규모의 A동 옆에 있는 B동도 거의 다 완성한 모습이었다.


의왕 중앙연구소에서도 수소차의 핵심부품인 연료전지시스템을 연구하지만 수소경제의 심장부는 마북연구소다. 현대차가 내연기관차(휘발유·경유차)와 하이브리드·전기차를 개발하는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와 별도로 수소차 연구소를 둔 것은 자동차시장은 물론 에너지나 환경 패러다임까지 바꿀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넥쏘를 두고 “내가 홍보모델”이라고 자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금영범 연료전지설계실장은 “수소차는 현재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 혼다까지 3곳만 만들 수 있는데 우리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3115A16 수소연료전지 원리


◇수소차 구동원리는=윤상호 책임연구원은 내부를 절단한 수소차로 안내하며 “트렁크 쪽의 수소탱크에서 나온 수소와 앞쪽 공기정화 필터를 통해 받은 외부 산소가 연료전지스택에서 수백개 셀을 통해 각각 결합해 나온 전기로 모터를 돌린다”고 설명했다. 연료전지의 한쪽 전극으로 들어간 수소가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리되고 수소이온이 전해질 막으로 녹아 들어가 다른 쪽 전극으로 이동하며 산소와 합쳐지며 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양쪽 전극 사이에서 한 번에 0.7V의 전압이 발생해 전극을 직렬로 수백 개 연결하면 100㎾ 이상의 전기가 나온다. 자연스레 산소와 수소가 만나 물(H2O)이 돼 넥쏘를 시승한 뒤 바닥에 물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때 수소와 산소의 결합 촉매로 백금이 쓰이는데 비싸지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윤 책임연구원은 “부품도 일부를 일본에서 수입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국산화에 성공했다. 독일 유수 자동차사도 기술협력을 원한다”고 뿌듯해했다.


‘수소차가 굴러다니는 공기청정기’라는 논리는 수소와 결합할 깨끗한 산소가 필요해 차에서 고효율 필터와 가습기를 통해 초미세먼지의 99.9%를 제거하는 데서 비롯된다. 오승찬 연료전지기획팀장은 “만약 천연 수소 생산이나 수소 수입 기반을 구축하고 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소를 널리 보급하면 길거리 미세먼지 정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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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상황별 구동방식.수소차 상황별 구동방식.


◇수소탄과 반응원리 달라=수소폭탄에 쓰이는 수소는 삼중수소(중성자 2개와 양성자 1개)와 중수소(중성자와 양성자 각 1개)로 핵분열과 핵융합 반응을 거쳐야 하나 수소차용 수소는 양성자 1개이고 수소와 산소의 단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수소차의 운전 온도도 70도로 발화점(575도)보다 낮고 위기시 수소 차단·방출 장치가 있다. 수소저장탱크도 철보다 10배나 강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두텁게 만들어 에펠탑(7,300톤) 무게도 견딜 정도다. 불이 나면 수소를 배출해 폭발하지 않도록 했다. 강한 충격에 노출돼도 터지지 않아 가솔린이나 디젤차 이상으로 안전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는 가솔린이나 액화석유가스(LPG)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호주가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수소를 만든 뒤 암모니아로 변환해 배에 실어 수출하는 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출처= 호주 수소생산업체 Renewable H2호주가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수소를 만든 뒤 암모니아로 변환해 배에 실어 수출하는 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출처= 호주 수소생산업체 Renewable H2


◇친환경차 넘버원, 부생수소 CO2도 =다만 아직까지는 수소 생성 과정에서 석유·화학공장 등의 부산물에 의존해 이산화탄소가 일부 배출되는 문제가 있다. 석유·화학공장이나 제철소에서 석탄·석유를 분해하며 부산물로 발생한 수소의 불순물을 제거해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이나 미국에서 들여오는 천연가스를 고온에서 물과 화학반응 시켜 수소를 추출할 수도 있다. 설비구축 비용이 비싸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수소를 얻는 게 가장 좋다. 오 팀장은 “현재는 수소차가 대중화되지 않아 석유·화학공장 등에서 나온 수소를 압축시켜 각 충전소로 배달하거나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게 경제적”이라며 “내연기관차는 물론 전기차의 원료에 비해 매우 친환경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수소 생태계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메가와트(㎿)급 수전해 시설도 오는 2022년까지 갖추고 호주 등에서 안정적인 수소 수입망도 구축할 방침이다. 호주의 경우 우리나라 면적의 5배 이상인 필바라에서 태양광으로 수소를 생산, 암모니아로 변환해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필바라의 50분의1 면적에만 태양광을 설치해도 500GW의 전기가 생산될 수 있다. 이는 한국형 원전(1,400㎿) 357기 용량에 맞먹는다.

1900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자동차 한 대가 보이는 모습.1900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자동차 한 대가 보이는 모습.


1913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마차가 단 한 대만 보이는 모습.1913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마차가 단 한 대만 보이는 모습.


◇수소차와 전기차는 보완재=수소차는 에너지 변환효율이 좋고 한 번 충전으로도 장거리를 뛸 수 있어 SUV는 물론 수소버스·수소트럭·수소열차 등에 적합하다. 소비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합쳐 3,970만원(풀옵션 기준)이면 넥쏘를 살 수 있는데 가득 충전하면 609㎞를 달릴 수 있다. 조성문 책임연구원은 “울산·창원 등에서 ㎏당 8,000원가량으로 완전 충전에 5만원 미만이다. 양재동 충전소에서는 현재 누구나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 내 충전소에서 자격증을 가진 직원의 도움을 받아 넥쏘를 충전해보니 6분 정도면 완전 충전할 수 있었다. 오 팀장은 “‘수소차와 전기차 중 누가 미래 차의 대세냐’고 묻는 것은 ‘엄마·아빠 중 누가 좋냐’고 묻는 것과 같다”며 “세계 수소위원회에 54개 글로벌 사가 참여 중인데 수소차와 단거리에 적합한 전기차는 대체재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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