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공공기관 지정 피했지만 금감원 파행운영 불가피

기재부, 지정 여부 보류했지만

사실상 승진인사 막혀 부담 커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 지정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하지만 앞으로 4~5년 동안 3급 승진을 사실상 중단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돼 조직 운영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단 매년 상위직급을 감축해 그 결과를 공운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사실상 지정 유보 판단을 내린 셈이다. 기재부는 이에 앞서 금감원 채용비리가 적발된 뒤 개최된 지난해 1월 공운위에서 금감원에 조직 구성과 경영 공시를 공공기관 수준으로 강화하라고 요구하면서 “1년 뒤 이행 결과를 점검해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채용제도 전반을 뜯어고치는 한편 기관 운영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기재부 요구 사항을 비교적 잘 이행했다.


문제는 방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조직 구성이다. 공운위는 당시 금감원의 1~3급 직원 비중이 42%에 달해 과도하게 높다며 이를 금융 관련 공공기관 평균인 30%까지 끌어내리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을 관리 감독하는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금감원 예산 편성 과정에서 1~3급 비중을 30%까지 낮추지 않으면 예산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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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금감원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목표다. 지난해 9월 기준 금감원의 3급 이상 임직원 수는 851명으로 전체 임직원(1,980명)의 43%다. 이 비율을 30% 아래로 내리려면 약 260명을 일시에 내보내야 한다. 연간 정년퇴직으로 퇴임하는 인원이 30~40명인 점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승진 인사까지 감안하면 퇴출 인원은 더 늘어난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1~3급 비중을 35%까지 낮추겠다는 ‘타협안’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정부는 이 기간을 5년으로 낮추라고 요구했고 벼랑 끝에 몰린 금감원이 결국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년에 앞서 스스로 옷을 벗는 임직원이 다수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5년 동안 사실상 3급 승진인사가 불가능해지는 구조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3급이 돼야 팀장 자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데 이대로는 50세가 넘어도 팀장 한 번 달아보지도 못하는 직원들이 다수 나온다”며 “이런 회사를 정상적인 조직으로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명예퇴직제도도 없고 퇴임 후 외부기관 취직도 하지 못하게 막으면서(3년 취업 제한) 조직을 슬림화하라고 압박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팽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기존에 없던 ‘스페셜리스트’라는 직급을 새롭게 편성해 내년 인사 때부터 보직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자칫 승진경쟁에서 밀려 좌천된 직원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어서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고질적인 갈등, 금감원을 둘러싼 기재부와 금융위의 통할권 대립 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언제든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이참에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본질적 해결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일범·한재영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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