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교육청, 한유총 전직 간부 횡령·배임으로 5명 수사의뢰

전직 간부 5명 법인계좌서 명목 없이 입출금

걷은 회비 가운데 7%만 목적에 맞게 사용

"학부모 교육비로 회비 내라" 내부 문건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덕선 비대위원장(가운데)과 집행부들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대형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및 사학기관 재무·회계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사립유치원에 맞는 회계시스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연합뉴스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덕선 비대위원장(가운데)과 집행부들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대형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및 사학기관 재무·회계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사립유치원에 맞는 회계시스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교육청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전직 간부 5명을 횡령과 공금 유용,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 김득수 한유총 전 이사장과 전기옥 전 서울지회장, 정용기 전 인천지회장, 양영자 전 부이사장, 최정혜 전 이사장 직무대행이 고발대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사단법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유총이 회원들의 회비를 부정 사용하고 폐원을 독려하는 등 위법행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31일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유총은 지원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 지회육성비를 7개 지회에 10차례 총 7,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 중 6개 지회에 총 6,900만 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이사장에게 현금으로 3,000만 원을, 개인 계좌를 통해 서울지회장에게 1,400만 원, 인천지회장에게 2,500만 원을 지급했다. 지회장에게 입금된 돈은 이사장이 요구해 본인 계좌로 되돌려받기도 해, 교육청은 횡령·배임 정황이 있다고 봤다.

특히 2017년에는 특별회비를 조성해 집행할 때 이사장 직무대행이 특별회비 계좌에 임의로 돈을 입출금해 사용하고 660만 원의 명목 없는 금액도 추가로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해 강의료와 지회교육비 200만원도 적정 수령인이 아닌 이사장과 전 서울지회장에게 지급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법인 회비는 공금이라서 단체에 속하는 회원이나 회원 대표라도 개인적 이해관계로 회비를 사용하거나 변통할 수 없다”며 “한유총은 회원들이 보도록 회계장부나 세무 관련 서류를 제대로 구비하지도 않았고 회비를 방만하게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한유총이 교육 관련 연구학술 사업을 목표로 출범한 법인인데도 실제 목적사업 집행금액이 전체의 7%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새로 나왔다. 한유총이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교육청에 제출한 결산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6억 1,646만원 일반회비를 조성했지만 허가 정관에 명시된 목적사업에 사용한 금액은 연평균 4,898만 원(7.9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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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회비도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18억 1,887만 원을 조성했지만 대부분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추진 사업과 투쟁궐기대회 등 집회 개최에 사용했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부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각종 학부모 교육자 궐기대회와 토론회를 여는 데 투자했다.

교육청은 한유총 회비가 학부모 교육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교육청은 회원들에게 ‘교비회계에서 회비 납부하라’고 안내한 한유총 내부자료를 확보했고 경기도교육청과 서울교육청 감사에서도 교비회계로 회비를 납부한 사례를 확인했다. 한유총 회원은 일반회비와 특별회비를 포함해 1인 연 평균 95만~115만원가량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데, 만약 3,000여 명 회원 모두가 교비회계에서 한유총 회비를 냈다면 연간 최대 30~36억 규모의 학부모 교육비가 유아교육이 아닌 단체 운영에 사용됐을 거라고 교육청은 추정하고 있다.

한유총이 ‘개별 유치원의 자발적 참여’이라고 주장하던 각종 모금과 집회가 조직적 행동이었다는 정황도 나왔다. 교육청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이들은 회원 3,000명이 운집한 이른바 ‘3000톡’을 활용해 집단 휴·폐업을 부추겼으며 특정 국회의원에 후원하라며 계좌번호를 제시하기도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제보를 통해 카톡방에 후원금을 독려하는 말과 특정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돌려줬다는 말, 그 금액을 회원들이 다시 나눠 받았다는 대화 내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새로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가 11월 총궐기대회에 학부모를 유치원당 2명씩 동원하고 수를 못 채울 경우 10만 원씩을 더 걷은 정황도 새로 발견됐다.

교육청은 지난해 한유총 신임 이사장 자리에 오른 이덕선 회원의 이사와 이사장 자격도 모두 부정했다. 한유총이 지난 2015년 교육청이 허가하지 않은 정관을 임의로 만들어 이사를 선출한데다 이덕선 회원이 이사도 아닌 비상대책위원장 신분에서 곧바로 직무대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이 최종 허가한 법인 정관은 2010년에 만들어진 정관인데 한유총이 개정한 2015년 정관은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도 않았고 의결 정족수에도 미달하기 때문에 무효”라며 “현재 등기된 이덕선 이사장과 이사 8명 모두 사무집행 효력이 없다”고 했다.

교육청은 오는 2월 안으로 한유총 전직 간부 5명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하고 국회의원 후원 및 집단행위도 정치자금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서울지회장 연락처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3,000명 카톡방에 공유한 혐의는 검찰에 직접 고발하고 담합 행위는 공정거래위에 신고한다. 법인 설립 취소 여부는 수사기관 결과와 한유총 측 시정요구 이행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한유총 측은 관련 내용을 소명하라는 교육청 요구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유총 측이 자료 제출을 지연하거나 거부해 실태조사를 하는데 어려움과 한계가 있었다”며 “사적 특수이익을 추구하려고 학생과 학부모에 피해를 발생시키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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