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낙수효과 vs 분수효과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문재인 정부 이전의 경제정책은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중소기업과 가계로 골고루 퍼져 다 같이 잘살게 된다는 ‘낙수효과’에 중점을 둬왔다. 하지만 성장과실이 대기업과 부자에게 집중됐고 중소기업과 중산서민층은 분배에서 소외됐다. 한마디로 기대했던 낙수효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낙수효과는 끝났다면서 경제 운영 패러다임을 기업 중심의 ‘공급정책’에서 가계 중심의 ‘수요정책’으로 바꿨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소득을 늘려주면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 경제가 선순환한다는 ‘분수효과’ 논리에 근거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추진 성과는 실망스러울 정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고용동향에 의하면 지난해 실업률은 3.8%(107만3,000명)로서 지난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한편 빈부격차도 이전 정부 때보다 심화됐다. 청년과 경제적 약자를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면서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최저임금과 탄력근무제 등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는 평가도 받았다.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시행 과정에서 제기된 올바른 비판을 수용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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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성장의 낙수효과가 줄었다 해서 ‘성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하고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가계소득을 늘리는 데 쓸 수 있는 세금이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성장과 직결된 공급정책을 무시하고 수요정책인 소득주도성장만으로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소득주도성장은 성장과실(파이)을 키우는 한편 분배 또는 복지를 강화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투트랙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 성장 없이 세금으로 복지를 늘리는 외발이 소득주도성장은 기업의 투자를 줄이고 미래세대가 부담할 나랏빚을 늘린다. 이래서는 한국 경제의 희망과 미래가 없다. 성장 없이 나랏빚으로 복지를 늘리다가 재정 파탄에 빠진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국가가 반면교사다.

더구나 뚜렷한 부존자원이 없고 인구가 5,000만명 남짓한 한국은 가계소비 위주의 분수효과, 즉 내수만으로 먹고살기 어렵다. 내수와 더불어 해외 수요인 수출을 늘려야 한다. 과거 정부는 한국의 살길은 수출에 있다면서 수출 드라이브에 국가 역량을 집중했다. 수출은 기업 경쟁력이 좌우한다. 이 또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급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새해 들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급감해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1월20일까지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6%가 줄었고 품목 1위인 반도체 수출은 28.8%, 지역 1위인 중국 수출은 22.5%나 급감했다. 미중 무역분쟁, 세계 경제침체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반시장·반기업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은 국내 요인이 더 크다. 친(親)시장정책으로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수출 지역과 수출품목 다변화 등 수출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기업인과의 소통에 나섰다.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되고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인들의 바람대로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미래 먹거리 신기술 개발과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연구 및 인력개발 투자지원, 차세대 이동통신(5G) 및 수소충전소와 같은 기초 인프라 구축 등으로 정부 차원에서 혁신성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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