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이 같은 발언과 대응방침은 사실상 재판 불복을 선언하는 것처럼 보여 우려가 크다. 아무리 대통령의 최측근이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사법부 독립을 뒤흔들고 헌법에서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려 해서야 되겠는가.
주지하듯이 법원 판결은 우리 사회가 어떤 사안에 대해 내리는 최종 판단이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판사가 재판농단을 벌인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그런 판사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해 인적 청산에 나서겠다고 하면 사회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1심이다.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2심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논리를 펼쳐 올바른 판단을 이끌어내면 될 일이다. 그런 노력 대신 1심 판사가 양승태 키즈라는 식의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고 있으니 실망스럽다. 1심 판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공천개입 혐의 재판에서 8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사람은 같은 사람인데 그때는 촛불판사라고 치켜세우다가 지금은 적폐판사라며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 여당의 이런 격앙된 반응이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혹시라도 영향을 주기 위해 그러는 거라면 그것이 바로 적폐다. 민주당은 이번 1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2심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