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수소경제, 세밀한 계획 세워라

엄치용 자유기고가·미국 코넬대 연구원




정부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최근 발표했다. 수소차 생산량을 오는 2040년까지 620만대로 확대하고 수소충전소를 2022년 310개, 2040년에는 1,200개 이상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기반으로 에너지 자립국의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이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를 보면 국가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소의 생산과 저장 및 운송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수소의 생산방식을 생각해보자. 지구상의 수소는 대부분 다른 원소와 짝을 이뤄 존재한다. 수소는 탄소와 만나 메탄가스를 만들고 산소와 만나 물을 만든다. 따라서 연료로서의 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 물질에서 수소만을 분리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부생수소는 주로 석유화학단지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데 그 양은 현재로서는 전체 생산 수소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다음은 천연가스로부터 얻는 추출수소다. 현재 99%의 수소가 이 방법을 통해 얻는다. 그러나 천연가스를 수소로 바꾸는 개질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이 있으나 현재 기술로는 경제성이 없다. 식물 등의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수소 생산방식 역시 재배면적 등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크지 않다. 이처럼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많은 일차 에너지원을 사용하므로 생산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고효율 촉매개발,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생산공정개선 등 세밀한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음으로 수소의 저장 문제를 생각해보자. 수소는 밀도가 낮은 기체다. 다시 말해 단위 면적당 차지하는 질량이 작아 저장 시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같은 온도와 기압에서 수소가스 1㎏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동일 질량을 지닌 메탄가스의 8배, 휘발유의 9,000배 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소를 330배 고압으로 압축해도 같은 부피의 휘발유 에너지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프로판의 끓는 점은 -42.1도이지만 수소의 끓는 점은 -252.8도다. 액체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소충전소는 고압가스 저장시설이 되고 이를 위한 충전소 건립비용은 한기당 20억~3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민간업자가 쉽게 다가갈 영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는 2022년 수소충전소 310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소요예산만 어림잡아 6조~9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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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의 이송 문제에 있어 정부는 전국적인 파이프라인 공급망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수소를 어떤 형태로 공급할 것인지, 안전성·오염도·비용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휘발유에서 수소경제로 이행하기는 분명 쉽지 않다. 수소를 만드는 것은 고비용 과정이고 많은 기술적 장벽이 존재한다. 에너지 자립국으로 가는 방향에 딴지를 걸 의향은 없다. 그러나 수소자동차 기술만 가지고 충전소를 세우고 슬며시 수소를 수입하자는 얘기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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