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저희들이 일본에 공식 사죄·배상을 받아내 할머니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겠습니다.”
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영결식에서 시민들은 일본 측에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이날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시민 1,000여명이 참석해 김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권미경 연세대학교의료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진통제도 듣지 않는 고통에 힘들어하던 할머니가 ‘엄마, 엄마, 너무 아파’라고 외칠 때 손밖에 잡아드릴 수 없어 답답했다”며 “오랜 세월 모진 상처 잘 견디고 잘 싸웠다고 어머니가 꼭 안고 머리 쓰다듬어주는 그곳으로 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주를 맡아온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죽음도 이겨내고 바람을 일으켜 이 땅의 평화로 할머니가 다시 살아나셨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다음주 수요일 김복동 할머니는 이곳(옛 일본대사관)에 앉아 계실 것”이라고 추도했다.
시민들은 이날 영결식에 앞서 서울 시청광장에서 옛 일본대사관까지 만장을 들고 추모 행진에 동참했다. 만장에는 ‘일본군 성노예 책임자 처벌’ ‘전시 성폭력 없는 세상’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1월28일 별세한 김 할머니는 평생을 걸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고발한 평화 인권운동가다. 1월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김 할머니의 빈소에는 약 6,0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한편 이날 영결식이 열린 옛 일본대사관 앞에는 매일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 기동대 버스가 자취를 감춰 눈길을 끌었다. 경찰은 이날 대형 경찰버스 대신 소형 승합차만 배치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경찰이 김 할머니가 가시는 마지막 길에 최소한의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김 할머니의 노제가 불편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해당 시간대에 버스를 잠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