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여권 실세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 된 데 대해 법원에 대한 여당의 융단 폭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판결 결과에 대해 국민들의 비판은 바람직하다”는 전제를 걸어 논란의 불씨를 또 남겼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김 지사 재판에 대한 정치권의 불복 목소리에 대해 “(비판이) 도를 넘어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률상 보장된 재판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김 지사 구속으로 당시 재판장이었던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한 보복성 판결을 했다는 여당 측 주장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구속 직후 판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의 반격이라는 김 지사 측의 주장을 시작으로 여권의 집중 포화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사법부 수장으로서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해 11월 중남미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효력을 중지 시킨 판사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판사’라고 맹비난하자 곧바로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냈던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과 비교되며 법원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법원 수장으로서 법관이 정치적 공세에 처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대법원장은 이와 함께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면 판결 결과에 불복하는 사람은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서 불복할 수 있다”고 덧붙여 김 지사가 항소 등 법적 절차에 따라 1심 결과를 다퉈야 함을 강조했다.
다만 “판결의 내용이나 결과에 관해 국민들의 비판은 허용돼야 하고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또 다른 갈등의 불씨도 남겼다. 자칫 대법원장 스스로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이 비판받을 지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던 지난 24일에는 바로 당일 허리를 두 번이나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당시에도 아직 기소는 물론, 법원에서 유·무죄 판단도 나오지 않았는데 대법원장이 앞장서 사법부의 조직 범죄를 인정하는 듯 사과부터 해 판사들의 비판을 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