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질적 도약 새 틀 필요한 초등돌봄교실

김선영 국립목포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통합운영

전문돌봄교사 육성위한 기본계획 수립

정부 나서 교육 콘텐츠 개발, 보급해야

김선영 국립목포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김선영 국립목포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최근 초등돌봄교실을 확충해 수혜 학생과 대상 학년을 확대 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초등돌봄교실 운영 방안’이 발표된 바 있다. 초등 돌봄수용률을 높여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방안은 저출산 대책의 축을 이루는 보육정책인 동시에 초등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교육정책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 당국이 수요자 중심의 돌봄서비스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나 학부모의 니즈를 반영하려는 노력은 의미 있는 교정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학년 대상의 초등돌봄교실은 보육에, 고학년 중심의 방과후학교는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어, 보육과 교육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점차 이원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교육학적 관점에서 보면 수익자 부담의 방과후학교나 정부재정에 의존하는 돌봄교실 모두 동일 영역에서 다뤄져야할 교육 현안이다. 돌봄교실이 교육 품질을 높여 사교육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사교육비 부담 완화는 담론 수준의 아젠다로 전락할 수 있다. 즉 돌봄교실 정책이 보육의 필요 수요를 흡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몇 년간 초등 돌봄서비스는 양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방과후 돌봄교실 이용 학생수만 보더라도 2009년 7만7,247명에서 2018년 26만1,287명으로 지난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돌봄교실의 양적 팽창이 사교육비 경감에 얼마나 기여했냐고 물으면 누구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양질의 돌봄정책이 반드시 교육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돌봄교실은 정규 교과과정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학생 중심의 교육, 자기주도 학습을 연마할 수 있는 기초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즉 놀이와 활동을 통해 줄길 줄 아는 학습풍토와 문화를 익히고, 체험과 참여학습을 통해 학습의 자기주도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초등돌봄교실이 질적 성장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교육학적 관점에서 직면한 문제점들을 진단해 이를 정책으로 녹여낼 수 있는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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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방과후정책의 범주 아래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 돌봄과 교육이 개념적으로 분리되는 지금의 체제는 공교육 강화라는 고유 목적에도, 초등교육 기반구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가 돌봄기관이 아니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방과후학교 통합 운영에 대한 논의는 교육의 효과성, 재정의 비용·편익, 사교육비 관련 사회적비용 등이 종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초등돌봄교실이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담교실 확대뿐만 아니라 전문돌봄교사 육성을 위한 기본 계획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전일제 보육전담사나 시간제 보육전담사가 행정, 돌봄, 교육 등의 중첩 업무를 수행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보육과 교육의 상호보완성을 제고하기 어렵다. 초등 방과후교육의 하부구조를 구성하는 저학년 교육은 고학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교사 전문성과 기초 역량을 요구한다. 행정과 교육의 분리, 보육전담사를 돌봄 전문교사로 육성할 수 있는 교사육성 프로그램, 교원 수준의 직업안정성 등이 교정 현안으로 다뤄져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정부가 주체가 되어 돌봄교실의 근간을 이루는 공통 프로그램과 교육 콘텐츠를 개발·보급할 경우 초등교육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다. 돌봄교육의 경쟁 우위 원천은 프로그램의 체계성, 연계성, 심화성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 단위의 프로그램 운영으로는 학교간 역량 격차, 지역간 교육격차, 수준별·학년별 학습 연계성 부족 등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초등돌봄교실은 교육 일자리, 저출산대책, 방과후학교 등의 정책이 구조적으로 맞물려 교육적 관점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공교육의 초석을 다지는 초등돌봄교실이 체질개선을 통해 사교육 수요를 교실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방과후학교 정책의 새 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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