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도, SKY출신도 방통대서 두번째 전공을

타 대학 졸업 후 방통대 편입생, 1학기 학생 절반 차지

국내 주요대학 졸업 후 방통대 편입한 학생 918명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 방통대 총장실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방통대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 방통대 총장실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방통대



#경찰대 출신의 경찰 A 씨는 지난해부터 저녁마다 다시 ‘대학생’의 생활을 하고 있다. 평소 영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A 씨는 지난해 큰 맘 먹고 한국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다. 쉬는 날마다 틈틈이 영문학 강의를 듣는 게 부담이지만 더 미루다가는 평생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등록금을 내고 시작했다. A씨는 “근무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은퇴 후를 생각해 일단 시작했다”며 “은퇴가 먼 일이지만 은퇴 후 다른 일을 구하는 데도 방통대 강의가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최근 제2의 인생을 위해 방통대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SKY 출신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방통대에 재입학해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추세다. 평균 기대수명이 100세로 늘어나면서 한 가지 전공으로 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방통대 총장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과거에는 학비 부담으로 대학을 못 갔던 사람들이 주로 입학했다면 이제는 국내 명문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줄줄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박사 과정까지 신설되면 더 많은 사람에게 교육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학기 기준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양대를 졸업하고 방통대에 2·3학년으로 편입한 학생은 918명이다. 올해 1학기 신·편입생 전체 3만3,642명 중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온 편입생은 1만9,625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류 총장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방통대법’을 제정해 국가가 제도적으로 평생교육을 보장하고 장려해야 한다”며 “방통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박사 과정이 도입되고 교수 정원도 늘어나 교육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대는 지난 1972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원격대학으로 고등학생, 대학 졸업 뒤 평생교육을 희망한 사람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대통령령에 근거해 운영되다 보니 교수 정원에 대한 기준이 따로 없다. 현재 교수는 158명으로 학생 약 700명당 교수 한 명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학생 500명당 교수 한 명으로 입법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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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평생교육의 근거를 제도화하기 위해 류 총장은 수차례 국회도 방문했다. 총장실에는 정당별로 몇 명의 국회의원이 법안 발의에 찬성하는지 집계해놓은 상황판도 걸어놓았다.

졸업생 중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방통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다시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우도 있다. 석사를 방통대에서 거치면서 학비를 절감한 대표적인 사례다. 박사 과정이 도입되면 석·박사 모두 방통대에서 마칠 수 있어 학비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행보는 방통대 출신의 첫 총장으로서 그만큼 방통대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 총장은 고교 검정고시를 거쳐 뒤늦게 방통대 농학과에 입학했다. 류 총장이 방통대 교육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는 “방통대가 없었다면 내 인생에서 희망의 사다리를 놓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골을 넣을 수 있다. 그게 방통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 가정, 탈북자 등의 재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대학에 진학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기준 방통대에는 다문화 학생 600여명과 북한이탈주민 10여명이 재학 중이다. 온라인 로스쿨을 방통대에 도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학제 및 학과 운영 개편도 진행하고 있다. 류 총장은 “방통대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융합 전공 등을 이르면 내년에 신설할 계획”이라며 “시험도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문제은행 방식으로 개편해 시험 기간 내 편한 시간에 학교를 방문해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살아남는 것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라며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우리 사회가 더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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