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현지시간) 오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신자 17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했다.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은 이슬람 발상지인 아라비아반도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함으로써 이(異)종교간 화해와 전 인류의 박애를 강조했다.
특히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이 다른 종교를 적대하고 살상하는 참극이 벌어지는 중동 한복판에서 열린 이날 가톨릭 미사의 메시지는 더욱 의미가 깊었다.
교황은 ‘산상수훈’으로 불리는 복음서의 팔복을 중심으로 설교하면서 온유한 자와 화평케 하는 자를 부각해 갈등과 불화, 무력이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하고 평화를 추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예수께서 사는 방법을 말씀하실 때 우리가 거대한 일을 이루거나 다른 이의 주의를 끌기 위해 별난 행동을 하라고 하지 않으셨다”며 “단지 자신의 삶이라는 작품 하나를 만들라고 하셨고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설교했다.
그러면서 “팔복은 우리 삶의 길잡이”라면서 “팔복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행동이나 극적인 행위가 필요한 게 아니라 예수를 일상에서 닮아가는 일이다”라고 해설했다.
이어 예수를 뿌리로 삼아 오염된 공기를 흡수해 산소를 매일 되돌려주는 나무와 같은 이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설교가 끝난 뒤 한국, 인도 등 6개 국가의 신자가 대표로 나와 각국 언어로 교황과 주교들을 위해 짧게 기도했다.
UAE에 거주하는 가톨릭 신자는 필리핀, 인도 국적자를 중심으로 약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날 미사에는 100여개 국적의 신자가 모였으며 무슬림도 약 4천명 참석했다.
미사 장소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의 4만여 관중석과 운동장에 신자가 가득 찼고, 입장하지 못한 신자는 주변 보조경기장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에 참여했다.
교황이 오픈카를 타고 등장하자 신자들은 열렬히 환호성을 지르고 교황청 깃발을 흔들며 환영했다.
미사는 오전 10시 30분께부터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UAE 두바이 정부 소유의 에미레이트 항공은 운항 중인 여객기에서도 승객이 미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생중계했다.
올해를 ‘관용의 해’로 선포한 UAE 역시 초대형 가톨릭 미사를 유치함으로써 다른 이슬람권 국가보다 종교적으로 포용하는 면모를 보일 수 있는 성과를 얻었다.
외국인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90%에 육박하는 UAE는 중동에서 비(非)이슬람권 문화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무슬림이 신자가 예배할 수 있는 종교 단지를 허용하는 등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선교는 엄격히 금지한다.
교황은 ‘종교의 자유’에 대해 전날 “예배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주께서 자유롭게 하신 모든 형제, 자매, 자녀를 신의 이름으로도 억압하지 않고 진정하게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를 마친 뒤 바티칸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