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울 5곳중 2곳 설치 불허]'△△ 보호지역' 널린 도심...벌써부터 방전되는 수소충전소

유치원·대학 등 학교 부지부터

주거·상업지역까지 설치 불가능

철도안전법 등 사방이 '규제지뢰'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해 10월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 알마광장에 설립된 프랑스 1호 수소차 충전소를 방문한 이후 국내에서도 수소충전소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 대통령이 본 프랑스의 수소 충전소는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는 파리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데다 운전자가 직접 셀프 충전도 할 수 있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까다로운 규제 탓에 첫 과정인 수소충전소 부지 확보부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선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치원·대학 등 학교 부지로부터 200m 이내의 부지에는 수소충전소 설치가 어렵다. 또 전용주거지역·상업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도 설치가 불가능한데다 철도안전법으로도 철도보호지구의 경계로부터 30m 이내에는 입지가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복잡한 규제를 한 번에 풀어낼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고 1호 사업으로 도심 내 수소 충전소 설립을 공언했다. 지난달에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310개를, 2040년까지는 1,200개를 확충할 목표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문화재가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는 정부에 서울 시내 5곳에 수소차 충전소를 짓겠다고 허가를 요청했지만 이 가운데 종로구 현대 계동사옥 인근에는 설립 허가가 나올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보물 제1740호인 서울 관상감 관천대가 주변에 위치해 있어 건설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

문제는 서울 사대문 안에는 이 같은 문화재가 상당히 많아 사실상 서울 핵심 지역에는 수소충전소가 들어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프랑스 파리의 수소 충전소가 에펠탑 인근 광장에 설치된 것과 대조된다. 문화재공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서울 전체에는 총 328개의 지정 문화재가 위치해 있고 이 중 절반가량이 종로구(112개), 중구(26개), 서대문구(12개), 동대문구(8개)에 밀집해 있다. 이들 문화재 인근 500m 내외의 공간에서는 수소 충전소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한 곳 역시 법 이외의 문제로 설립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 이외의 또 다른 문제로 설립 허가가 나오기 어려운 지역이 있다”고 말했다.



수소차 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로 5곳 모두 허용해준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면서 “규제 샌드박스로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놓고 또 다른 규제로 일부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수소충전소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면서 문화재 인근에 설립을 허용하지 않으면 수소충전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만든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또 다른 규제심사 기구가 되는 꼴”이라며 “이왕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시작한 것이라면 규제 샌드박스의 범위를 더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고 공무원들의 규제 완화 활동에 대해 면책조항을 적용해 더 적극적으로 규제 해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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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달 중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어 현대차가 신청한 수소충전소 설립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국회와 서울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에는 수소충전소 설립이 가능할 전망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 수소자동차 충전소가 설립된다면 규제 샌드박스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탄천물재생센터는 현대차가 직접 건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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