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K바이오 독자 신약 개발...성공하면 잭팟, 자칫하면 쪽박

■'양날의 검' 신약개발 전략 보니

안전성·효능 입증해 기술수출 하는 임상2상 성공률 30% 불과

상용화 추진 임상3상은 성공률 상대적으로 높지만 1,000억 이상 필요

투자금으로 임상 진행하는 바이오벤처, 실패땐 회사 존립마저 위태

0715A17 2019년 글로벌 매출 Top 10 의약품 전망



#1987년 바이오벤처로 출발한 길리어드는 창업 이후 15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2년 시가총액은 국내 상위 제약사에도 미치지 못하는 2억 달러(약 2,200억원) 수준. 하지만 길리어드는 ‘타미플루’라는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내며 단숨에 글로벌 탑 10 제약사로 거듭났다. 시가총액 875억달러(약 100조 원)인 길리어드는 지난해 매출 221억달러(약 24조원), 영업이익 87억달러(약 10조원)를 기록했다.

#바이오벤처 테라노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신화로 통했다. 19세의 나이로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몇 방울의 피만으로도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바이오천재로 떠오른 홈스 테라노스 창업주는 언론 재벌 머독, 벤처 큰 손인 팀 드레이퍼 등의 투자를 유치하며 ‘여성 스티브 잡스’로 통했지만 2015년 투자사기 의혹 이후 처참하게 몰락했다. 2015년 90억달러(약 10조 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가졌다고 평가됐던 테라노스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며 공중분해됐다.


지난해말부터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 수출이 이어지며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상 2상 단계에서 해외 대형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기술수출과 직접 임상 3상에 돌입하며 상용화를 노리는 일부 업체들의 전략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술수출의 경우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없고, 임상 3상에 이은 상용화는 실패할 경우 기업 존립에 영향을 줄 만큼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보톡스 치료제 ‘나보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미국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새해 들어 유한양행, 티움바이오, GC녹십자 등이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라이센스 아웃)을 체결한 데 이은 낭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은 대한민국 31호 신약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자체적으로 임상 3상을 종료하고 FDA 허가를 얻어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킨다면 개발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애브비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인 휴미라만으로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게다가 의약품의 경우 생산 비용이 높지 않은 데다, 특허를 통해 독점권을 보장받기 때문에 높은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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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독자 신약 개발이 양날의 검이라고 경고한다. 성공하면 그동안 K바이오의 기술수출 계약 건수를 모두 합한 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고 실패했을 때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벤처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바이오벤처의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함께 입증해야 하는 임상 2상이다. 성공률이 30%에 불과하다. 기술수출한 국산 신약후보물질들도 임상 2상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가 많다. 임상 3상의 성공확률인 58%, 임상 3상을 마친 의약품이 FDA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확률인 85%와 비교하면 임상 2상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임상 3상에는 임상 2상의 10배에 달하는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수 백 명의 환자를 모아야 하기에 수 십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매출 1조를 넘는 기업이 2~3곳에 불과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한미약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2,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임상 3상을 진행할 경우 전체 R&D 비용의 절반 이상을 한 의약품에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제약사의 경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신약 임상 3상을 진행하기에는 버겁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상 3상을 성공해 FDA의 승인을 받더라도 신약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2상에서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온 증상에 한해 임상 3상을 진행한다면 FDA 승인까지는 어렵지 않다”며 “대신 이 경우 개발비를 충당할 만큼의 매출은 기대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국산 신약이 30개 나왔지만, 이 중 블록버스터라고 부를 만한 매출을 기록한 의약품은 없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R&D 비용을 투자하는 만큼 임상 3상을 진행할 만한 여력이 충분하다. 길리어드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4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글로벌 제약 강국에서는 바이오벤처가 임상 2상까지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을 대형 제약사들이 사들이고, 임상 3상은 대형 제약사들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벤처는 벤처 붐을 타고 쏟아지는 투자로 임상 3상 진행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임상 3상에 실패하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 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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