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2차 북미정상회담 '나쁜 합의'를 경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27~28일 베트남으로 정해졌다. 지난해 6월 열린 1차 정상회담이 70년 적대관계 청산의 첫발을 내디딘 상징적 의미가 컸다면 8개월여 만에 다시 개최되는 2차 정상회담은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양측 모두 안고 있다. 당장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6일 북한을 방문해 실무협상에 들어가는 등 2차 정상회담 의제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와 관련된 조율이 시작됐다.


비건 대표는 이미 영변을 뛰어넘는 북한의 플루토늄·우라늄 농축시설 폐기, 핵 관련 포괄적 신고와 해외 전문가들의 사찰·검증, 핵분열성 물질과 무기·미사일·발사대·대량파괴무기(WMD) 제거 및 파괴로 이어지는 3단계 비핵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동안 북미 간 물밑협상 과정에서 나온 결과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는 이른바 스몰딜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는 1~3단계를 모두 거쳐야 가능한 반면 미국은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라는 큰 원칙이 훼손된 측면이 있다. 북한이 비핵화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미국의 상응 조치라는 과실만 챙기는 지연전술을 쓸 경우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완전한 북한 비핵화는 온데간데없이 미국민의 안전만 확인하고 북한 핵 보유와 체제를 인정하는 ‘나쁜 합의’로 다시 흐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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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미 실무협상 안팎에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물론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이 포함된 제재 완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북한이 제재 완화 전에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핵도 모두 폐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진정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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