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과 공영방송사 이사를 선임할 때 특정 성별이 전체의 60%를 넘지 않게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방통위원장에게 권고했다. 또한 방송평가에 양성평등 항목을 만들고, 미디어 다양성을 조사할 때 ‘시사 토크’를 포함하는 등 해당 항목을 확대하고 자문기구로 성평등특별위원회를 설치하라는 내용의 권고를 했다. 이번 권고는 대중매체 가운데 텔레비전의 이용률이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해 방송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데 양성이 평등하게 참여하도록 해, 방송을 통해 성 고정관념이 확산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7일 인권위에 따르면 현재 방통위·방심위 임원과 방송 프로그램은 남성이 주가 되고 있다. 방통위원 5명 모두 남성이고, 방심위원 9명 중엔 6명이 남성이다. 방통위원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국방송공사(KBS) 이사는 전체 11명 중 남성이 9명으로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 방심위가 임명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9명 전부 남성이었다가 지난해 8월에 여성 2명이 이사가 됐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의 경우도 9명 모두 남성이었던 것이 작년 9월에 들어서야 여성 이사 4명이 임명됨으로써 바뀌었다.
아울러 인권위는 2017년 미디어에 나온 성차별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드라마 등장인물 중 남성은 주로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인 반면, 여성은 남성의 지시를 따르는 보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드라마 등장인물 가운데 사장이나 국회의원, 의사 등 전문직 비율은 남성이 47%로 여성(21.1%)의 2배를 넘었다. 반면 일반직이나 비정규직, 무직 등인 인물은 여성이 50.6%, 남성이 35%였다.
이러한 결과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도 이어졌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남성 진행자가 90%, 여성 진행자가 10%였다. 출연자(총 198명) 중 여성은 21명(10.6%)이었다. 뉴스의 경우 남녀 앵커 모두 출연하지만 여성 앵커는 주로 연성 뉴스를 소개하는 반면, 남성 앵커는 정치나 국방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 이와 같이 시사토크 진행자와 출연자가 주로 남성이라는 점은 정치적이고 시사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는 주로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