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8일 1% 넘게 하락하면서 연초부터 상승하던 증시가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계속된 외국인의 대량 매수에도 주식을 팔아치우며 몸을 사린 개인투자자들은 설 직후 뒤늦게 매수세에 나서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주식 시장이 조정을 보일 조짐이 나타나는 만큼 개인의 태세 전환이 ‘거꾸로 투자’가 되지 않도록 조정 타이밍을 잘 읽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6.37포인트(1.2%) 내린 2,177.05에 마감하며 지난달 30일 이후 4거래일 만에 2,200선이 무너졌다. 미중 무역협상 시한인 오는 3월1일 이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지금까지 글로벌 증시를 밀어 올린 동력이 다소 약해진 탓이다. 올해 들어 4조원 넘게 순매수를 하며 최근 8거래일 동안 연속 매수 행렬을 보인 외국인은 이날 2,770억원 규모의 ‘팔자’로 돌아섰다. 기관 역시 720억원가량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반면 개인투자자만 3,310억원대 순매수를 나타내며 한 달여 만에 이틀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가 외인과 기관의 물량을 받아들었다.
지난해 약세장에 손실이 컸던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물렸던’ 물량을 조금씩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선 상태다. 올해 들어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삼성중공업(010140), POSCO(005490) 순이며 KODEX레버리지·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등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대거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개인이 7조4,800억원대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올 들어 주가가 회복되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KODEX레버리지(8,449억원),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7,558억원), POSCO(3,378억원) 등 역시 지난해 개인 매수가 몰린 것들로 차익 실현의 대상이 됐다.
문제는 급등하던 증시가 조정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은 올해 들어 꾸준히 코스피200 선물을 매도해 이날까지 총 9,500억원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의 포커스가 지수선물 매도를 통한 잠재 하락을 대비한 리스크 헤지(만회)로 이동했다는 의미”라며 “국내 주식이 유례없이 싸졌고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등 호재를 감안해도 ‘외국인 주도’의 랠리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가 신흥국 시장의 전반을 사들이는 대규모 패시브 자금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역시 대규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기로는 해외 상장된 한국 ETF에서 최근 진행된 급한 자금 유입에 따른 수급부담이 형성될 여지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