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나라곳간 괜찮나]부동산 거래절벽에 경기둔화 겹쳐...적자국채 발행 불보듯

수출 꺾이면 법인세도 영향...올 세입여건 낙관못해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적자국채 추가 발행 불보듯

"민간 경제활력 키워야 재정건전성 지킬 수 있을 것"

구윤철(오른쪽)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김상규 감사원 감사위원이 8일 서울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2018회계연도 총세입부·총세출부’ 마감 행사에서 마감 버튼을 클릭하고 있다.         /연합뉴스구윤철(오른쪽)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김상규 감사원 감사위원이 8일 서울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2018회계연도 총세입부·총세출부’ 마감 행사에서 마감 버튼을 클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3년과 2014년 세금이 세입예산 대비 각각 8조5,000억원, 10조9,000억원 덜 걷혔다. 대규모 세수 결손이 난 것이다. 2015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2조2,000억원 초과 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무려 25조4,000억원을 더 걷었다. 반도체 경기 활황에 따른 법인세와 부동산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덕이 컸다. 보수적인 추계도 한몫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초과 세수를 찾기 힘들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8일 “우리가 올해 세입예산으로 294조8,000억원을 잡았는데 최종적으로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초과 세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양도소득세가 지난해 같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대기업들이 4·4분기에 부진했지만 지난해 전체 실적은 좋기 때문에 법인세수는 올해까지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부동산은 지난해 세수 풍년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1~11월 양도소득세 규모는 1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예상치인 10조2,795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1,877건으로 2013년의 1,196건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내놓은 ‘2018년 12월 아파트 거래량’은 3만4,000여건으로 전년 대비 27.5%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30.6%나 빠졌다. 올 들어서도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서민들에게 집값이 여전히 높다”고 말해 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거래절벽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다. 1월 수출은 463억5,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5.8% 줄었다. 수출의 두 축인 반도체(-23.3%)와 중국(-19.1%) 시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반도체 경기와 유가 하락에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지난해(6,052억달러)보다 1.4% 줄어든 5,970억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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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감소는 세수에 직격탄이다. 지난해 상장사들이 낸 법인세 23조9,800억원 가운데 10조7,000억원(44.6%)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냈다. 하지만 지난해 4·4분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이 4조4,000억원으로 31.6%나 줄었다.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매출이 4,89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2.6%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1.6%와 13.4% 성장했다.

법인세는 전년 실적을 바탕으로 다음해에 납부한다. 지난해 4·4분기 ‘어닝쇼크’와 이후의 흐름은 내년 이후 세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회사가 지난해 전체로는 58조8,900억원과 20조8,438억원의 최대 실적을 내 올해까지는 세수가 나쁘지 않겠지만 글로벌 경기하락이 빨라지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앞서 한승희 국세청장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세입 여건은 쉽게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증권거래세율 인하 압박이 커지는 것도 세수에는 부담이다. 지금까지 증권거래세 인하에 부정적이었던 기획재정부도 최근 검토로 돌아섰다. 지난해 증권거래세는 세입예산보다 2조2,000억원이나 늘어난 6조2,000억원이었다.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 시 양도소득세를 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양도세의 경우 세수예측이 어렵고 낮아진 세수만큼 더 거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지출은 계속 늘고 있다. 올해 정부 예산 469조6,000억원 가운데 복지예산은 161조원이다. 전년보다 16조4,000억원(11.3%) 급증했다. 복지예산은 경직성이 커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힘들다. 정부가 1차적으로 재정증권 발행을 늘려 대응하고 있지만 경기하락 속도가 빨라지면 경기방어를 위해 적자국채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을 3.7%에서 3.5%로 0.2%포인트 내려 잡았다.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며 “민간 부문의 경제활력을 시급히 올려야 국가경제와 재정건전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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