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르노의 '신차 배정 불허' 한국車에 대한 경고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장기파업 중인 르노삼성자동차에 경고장을 던졌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파업이 계속되면 신차 배정이 힘들다는 영상 메시지를 르노삼성에 보냈다. 모저스 부회장은 “노조 파업이 계속돼 공장 가동시간이 줄고 새 엔진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 르노삼성이 쌓아온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과 후속 신차 배정에 대해 논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룹 최고위급 경영진이 극단적 선택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장기파업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임단협은 8개월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 사이 노조는 최근 3개월 동안 28차례나 부분파업을 벌였다. 당장 눈앞의 생산 손실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그룹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 초래할 파장이다.

관련기사



르노삼성은 2014년부터 닛산의 SUV 모델인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올 9월이면 수탁생산 기간이 종료된다. 만에 하나 본사 차원의 경고대로 신규 물량을 배정하지 않으면 르노삼성과 협력업체에는 치명적이다. 로그의 생산 비중은 부산공장의 절반쯤 된다. 우려가 현실화하면 공장 가동률이 50% 안팎으로 떨어지고 그만큼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칫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프랑스 본사의 경고를 단순히 임단협을 속히 끝내라는 압박으로 여기는 것은 단견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병인 고비용·저효율에 대한 경고로 봐야 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생산성은 해외 경쟁사의 60~80%에 불과하다. 현대차 노조는 반값 임금의 ‘광주형 일자리’를 저지하겠다며 파업을 불사할 태세다. 해외 경쟁사들이 글로벌 경기둔화 등에 대비해 선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과는 딴판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경쟁 격화에 따른 판매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수년째 고전하고 있다. 2015년 5위였던 글로벌 생산량 순위는 지난해 8위까지 추락했다. 자동차 노조가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면 결국 국내 일자리만 위축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