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南北中의 ‘종전선언’ 공동 프로젝트

홍관희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불가역적 종전선언 현실화되면

유엔司 해체 후 미군 철수 수순

국가안보위기 자초하지 말아야




오는 27~28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실무협상차 평양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주목되는 가운데 미국의 상응조치에 한반도 ‘종전선언’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지난 1월 말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앞서 “북한이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는데 이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방영된 5분가량의 대북 메시지와 맥을 같이 한다. 곧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면 전폭적으로 북한 경제를 지원·발전시켜주겠다는 것으로 특히 베트남 모델의 북한 개혁·개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북한정권 행태와 체제 속성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접근은 선의적이고 합리적이기는 하나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순진무구한 것이다. 우선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는 2019년 김정은 신년사에서도 암묵적이기는 하나 분명하게 드러났다.

또한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베트남이나 중국식 개혁·개방과 같은 체제전환과 발전이 아닌 3대 세습정권의 유지·존속임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의 구상은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을 전제하는 것으로 오히려 세습권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김정은은 인식한다. 더욱이 김정은이 내심 추구하는 것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조선반도의 통일’이며 특히 한국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비무력·평화적 적화전략의 기회가 오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몰두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 온갖 아부외교를 구사하며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속셈은 미국의 위와 같은 선의의 제안에 순응할 것처럼 기만하면서 시간을 끌어 핵·미사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성과에 목말라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지치게 한 후 결정적 순간에 중대한 양보를 얻어내는 데 있다. 그것은 바로 ‘종전선언→평화협정→미군철수’ 로드맵인데 우려스럽게도 현 상황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 이에 합류해 공동 추진하는 기이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위험한 음모는 대한민국의 향후 운명을 좌우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국가 존립을 위협할 중대 이슈라는 점에서 국민 모두의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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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미 협상을 적극 돕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제공한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종전선언·평화협정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받아냈다. 다행히 베트남 미북 회담과 연계해 열릴 예정이던 미중 정상회담이 취소돼 위안이지만 결코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시진핑이 김정은을 1월 초 베이징으로 초청해 북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다짐한 것은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평화협정’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종전선언의 실현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왔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단순히 “정치적 선언”이므로 필요하면 되돌릴 수 있다고까지 말했으나 이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한번 선포된 종전선언을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며 한반도 안보정세에 미치는 충격은 메가톤급일 것이다.

종전선언은 정전체제의 소멸을 공식화하면서 자연스레 유엔군사령부 해체로 이어지고 머지않아 미군철수 압박을 가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정평(定評)이다. 비록 웨인 에어 유엔사 부사령관이 “종전선언을 해도 유엔사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지만 야전 지휘관의 다짐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권한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미래사령부 창설로 한미연합사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유엔사마저 해체될 경우 한미 동맹은 사실상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한국은 핵무장한 북한과 단독으로 맞서야 한다. 9·19남북군사합의로 우리 방위태세는 무장해제 수준으로 취약해졌다는 것이 군 전문가 다수의 통렬한 비판이다. 안보위기를 촉발할 종전선언은 지금이라도 철회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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