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되는 KBS1 ‘다큐 공감’에서는 ‘문재씨의 도원별곡’ 편으로 전남 화순 도원마을에 사는 송문재씨의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 그곳에 일흔 일곱의 청년이 산다
무등산 아래 호젓한 산골마을, 내 땅에 발을 딛고 흙을 만지며 살고자 교단을 떠난 후, 이곳에 들어온 이가 있다. 규봉암 아래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 같다’하여 붙여진 전남 화순의 도원 마을, 이 산골 마을에 송문재씨가 산다. 그가 이곳으로 들어온 것은 지난 2007년, 은퇴의 길 끝에서 새로운 길을 만났다. 그리고 문재씨는 평생을 바친 교단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상생의 꿈을 자연 속에서 배우고 있다. 귀농 11년, 그는 교과서에는 없는 인생의 농익은 지혜를 찾아 무등산 자락을 누비는 중이다.
“농부가 씨앗을 심으면 하나는 새가 먹고, 하나는 땅이 먹고, 하나는 농부가 먹는다”
“인생은 무릎 꿇을 때도 있고 두 발로 일어서야 할 때도 있어요. 일어선다는 것이, 인생을 스스로 자립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에요”
▲ 11년차 초보 농부와 아내
도원마을로 들어오던 날, 문재씨는 아내 정애(74)씨에게 우리가 먹는 것은 건강한 땅에서 스스로 키우며 살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내가 텃밭을 지키는 날이 많다. 호탕한 성격에, 마을 이장 일로 바쁜 남편을 대신해 어지간한 농사일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문재씨와 정애씨가 부부의 인연을 맺은 지 43년, 남편이 낯선 산골 마을로 들어오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연 속에서 누리는 즐거움이 그 어느 것에 비할 수 없이 소중하다. 그리고 늘 고전과 책에서 익힌 내용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문재씨에게 작고 소박한 일상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이가 바로 아내 정애씨다.
“너무 배움만 쫓다 보면 마음이 가벼운 것, 일상적인 것은 놓쳐요.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면 새소리 듣고 아, 아름답다. 그런 느낌이나 일상적인 것을 즐겨요.”
- 신정애(74)/문재씨의 아내
문재씨 부부는 부지런히 텃밭을 오가며 농사가 주는 깊은 울림을 찾는 중이다.
▲ 길 위의 스승들
문재씨는 올해 가장 정성을 쏟은 율무 농사를 망쳤다. 농사를 시작한 지 11년, 학교에서는 베테랑 교사였지만 이곳에서는 토박이 농부들이 인생 스승이다. 그들과 막걸리 한 잔에 그가 꿈꾸는 세상, 소통의 지혜를 배운다.
95세 된 노인이 뭐라고 하냐면 “어이, 송 선생 나 인생에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나를 칭찬한 사람은 자네 처음이네” 그래서 내가 아, 이것이구나 시골 사람하고 도시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경청과 공감입니다.
오늘은 이곳 도원마을 사람들이 뒷산이라 부르는 무등산 규봉암에 작심하고 올랐다. 인생의 가르침을 구하고자 했건만, 스님은 말없이 차 한 잔을 내준다. 마음을 쉬어가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한 해의 끝자락에 만난 후배 창훈씨가 스님의 답을 대신 전한다. 문재씨가 세상에 관심과 열정을 쏟느라 정작 아내의 마음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아내 정애씨라고...
▲ 발에 차이는 돌부리에도 사연이 있다
문재씨는 무등산 자락에 살면서 기막힌 취미가 하나 생겼다. 바로 두 발로 걸으며 사람과 자연을 만나는 것이다. 그는 이곳에 들어와 제일 먼저 도원 마을 주변에 있는 산길과 들길, 물길을 따라 걸었다. 그 땅을 알아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문재씨의 걷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곳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가을 들녘의 농부들이건, 수령이 550년 된 은행나무와 400년 된 느티나무 아래 노인들이건 어디든 찾아간다. 역사의 소용돌이 때마다 화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된다. 일흔 일곱 살 문재씨는 오늘도 가슴 뛰는 청춘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