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공시지가 급등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싸늘한 냉기가 감돌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공시지가 인상이 결국 상인들의 임대료 증가로 이어져 ‘상권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시세 격차가 컸던 고가토지에 대해 평균 20.05% 인상했다. 가격이 크게 오른 고가 토지 대부분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공업용지다. 16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이름을 올린 곳은 서울시 중구 충무로1가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인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다. 1㎡당 가격이 지난해 9,130만 원에서 1억 8,300만 원으로 두 배(100.4%) 증가했다. 2위는 명동 2가에 있는 우리은행 부지(392.4㎡)였다. 8,860만 원에서 1억 7,750만 원으로 역시 두 배(100.4%) 상승했다.
토지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그렇지 않아도 수익성이 하락하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내수 경기 침체로 상가 임대 수익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데 세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에 비해 공시가격이 낮은 편이라 증여 및 절세를 위해 투자하는 수요가 상당했는데, 이제는 그런 메리트가 대폭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가 임대 수익률은 지난해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면적 330㎡ 초과 중대형 상가의 연수익률은 4.19%로 전년(4.35%) 대비 0.16%포인트 하락했다. 연면적 330㎡ 이하 소규모 상가의 연수익률은 3.73%로 전년 3.91%보다 0.18%포인트나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중대형 상가 기준으로 서울이 2017년 3.94%에서 지난해 3.8%로 0.14%포인트 떨어졌고, 부산은 3.96%에서 3.9%로 0.06%, 대구는 4.26%에서 3.99%로 0.27%포인트나 급락했다. 17개 시·도 중 전년 대비 수익률이 상승한 지역은 대전이 유일했다.
상가 거래시장은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장은 “최근 잇단 공시가격·공시지가 상승과 종합부동산세 인상으로 지난해까지 좀처럼 나오지 않던 강남 요지에서도 꼬마빌딩 등 상가 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수요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이번 공시지가 인상으로 특히 꼬마빌딩의 수익성에 나쁜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라며 “최근 공실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상가 거래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공시지가 상승으로 상가 수익률이 더욱 악화하면서 늘어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물론 당장은 경기 침체가 워낙 심해 임대료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장기적으로 강남·명동·성수·합정·연남·용산 등 상권이 번화한 곳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임대료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대료가 오르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인이나 업종은 퇴출 될 수밖에 없어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임대료 전가가 우려되는 상가·사무실 부속토지 등 별도 합산토지는 1인 기준 보유 공시지가 합계가 80억 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도록 했기 때문에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체적인 상가 관련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박윤선·이재명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