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가 오를 경우 실직자는 소비를 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금 사정이 어렵거나 50대 이상인 실직자에게 상대적으로 효과가 컸다.
13일 한국경제학회 경제학연구에 게재된 ‘실업급여의 소비평탄화 효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실업급여의 임금 대체율이 10%포인트 오르면 수급자들의 연평균 소비감소율은 3.5%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운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논문에서 노동패널조사 자료에 따라 2000∼2015년 실직자 표본을 분석, 실업급여 수준이 수급자들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다. 임금 대체율이란 실업급여 보장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실직 후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액을 실직 직전 연도의 연 근로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임금 대체율이 10%포인트 오르면 소비 항목별로 차량유지비(-6.3%포인트), 자녀 용돈(-9%포인트), 기부금(-29%포인트) 항목의 축소율이 줄었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으면 차량 운행이나 자녀 용돈과 기부와 관련된 지출이 상대적으로 덜 감소한다는 의미다. 또 수급자의 자금 사정이 나쁠수록 실업급여 보장 강화의 효과는 컸다. 수급자의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경우 실업급여 임금 대체율이 10% 오르면 소비 감소율은 7.3%포인트 줄었다.
항목별로는 특히 의류비와 식비 지출이 덜 감소했다. 의류비 감소율은 8.5%포인트, 식비는 7.2%포인트 나아졌다. 전체 표본을 놓고 보면 실업급여를 더 많이 지급해도 식비와 의류비 지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수급자가 빚이 많은 경우에만 식비, 의류비 소비 감소율 축소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수급자가 가진 자산이 빚보다 많으면 실업급여 확대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당장 소득이 없어도 보유 현금 등으로 기존 소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 실업급여를 받는다고 해서 소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에서 실업급여가 소비 축소를 막는 효과가 컸다. 임금 대체율이 10%포인트 높아지면 50대 이상 실업자의 소비감소율은 6.3%포인트 줄었다. 마찬가지로 의류비 지출감소율이 24.4%포인트 줄며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다. 반면 50대 이하에선 실업급여가 늘더라도 전체 소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운 부연구위원은 “실업급여 보장성을 높이면 실업자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준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의 임금 대체율은 실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의 50%다. 이는 2014년 OECD 평균(63.4%)보다 낮은 수치다. 그는 “실업급여제도의 목적은 실직 시 소비 보조를 통해 실직자들의 후생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과거 주력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만큼 실업급여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