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에 의지를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이 베이징에서 극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미·중간 무역 전쟁이 종식되기보다는 합의 초안을 작성해 협상 분위기를 고조시켜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회동에서 최종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13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미국 차관급 협상단은 지난 11일부터 중국 측과 사흘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식재산권 보호와 무역 불균형, 기술 이전, 관세·비관세 장벽 등 미국 측의 대중국 요구 사항을 포괄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중국과 ‘90일 무역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3월 1일을 다소 연장할 수 있으며 합의 가능성도 있다고 시사한 점이다. 이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14일과 15일 베이징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 등과 고위급 협상을 하면서 대립하거나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합의에 집중할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 등 미국 고위급 대표단은 협상 날짜보다 이틀이나 빠른 12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므누신 장관은 13일 숙소인 베이징 웨스틴호텔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협상과 관련해 “생산적인 회담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큰 틀의 무역 합의를 위한 초안을 마련하고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미·중 양국은 지난달 30~31일 워싱턴에서 고위급 협상을 통해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과 지재권 보호 강화에 합의했다. 또 지난 11일부터 베이징에서 회담이 재개됐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양국은 지난달 워싱턴에 이어 춘제(중국의 설)가 끝나자마자 베이징에서 무역 협상을 속개한 것은 그만큼 합의를 위한 접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극적인 최종 합의는 힘들지만, 시한 연장과 개략적인 초안 정도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중 양국이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합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은 양측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 최대 40%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 전쟁을 벌여 경제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내달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 무역 분쟁 해결은 큰 걸림돌이다. 미국 또한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재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센 데다 중국산 모든 제품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매기는 것이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협의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양회를 앞두고 미국과 무역 문제에서 대략적인 합의라도 절실히 원하는 상황이며 미국 또한 현 상황에서 갈등을 키워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 아래 합의점을 모색하는 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