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직무중심 상시공채’ 도입 소식에 취업준비생들의 걱정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학과 경험이 직무 경험과 밀접한 이공계 취준생은 환영하는 반면 인문·사회계 취준생은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국내 10대 기업 중 현대·기아차가 처음으로 공개채용 시스템을 없앤 만큼 다른 기업 채용 시스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취준생의 ‘스펙’ 전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공계 등 전공의 직무 연관성이 높은 취준생들은 직무중심 상시공채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 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인 정재원(26)씨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굳이 공채라는 하나의 기준대로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디자인과 학생인 이모(27)씨는 “디자인과 같이 자주 뽑지 않는 분야는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 좋을 것 같다”며 “디자인 전공생처럼 지원하는 직무가 뚜렷한 사람은 직무 관련 스펙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직무 경험을 쌓기 어려운 인문·사회계 취준생들은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학생인 이모(25)씨는 “대학생이 직무 경험을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상황이 되는 사람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생인 송모(26)씨는 “1년 동안 정기공채 방식에 맞게 취업을 준비해왔는데 갑자기 상시 채용으로 바뀐다니 당황스럽다”며 “대학에서 직무능력을 미리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송씨는 “인턴을 또 하라는 이야기인데 인턴 경험을 어디서 쌓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13일 현대·기아차는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대졸 정기공채를 없애고 ‘직무중심 상시공채’로 인재 채용 방식을 바꾼다고 밝혔다. 연 2회 고정된 시점에 공채를 여는 기존 방식으로는 미래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제때 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CT 기반의 융합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며 “기존 정기공채 방식으로는 적시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연중 상시공채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서종갑·이희조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