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별도의 대화 시간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서도 이런 행사는 전례가 없다. 그런 만큼 행사를 앞두고 청와대는 고민을 많이 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은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가장 낮은 직군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에 대해서는 다소 탄력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라든지 인상금액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통령과의 오찬까지 준비하는 등 공을 들이기는 했으나 이번 행사에서 국내 자영업 시장 문제에 대한 밀도 있는 토의는 힘들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 대통령이 자영업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참석자가 157명에 달했는데 실제 대화 시간은 80분이어서 발언자들에게 주어진 시간도 2분밖에 안 됐다. 논의 주제도 △카드수수료, 임대료, 최저임금, 인건비 등 비용부담 △보호와 상생 △성장과 혁신 △규제개선과 기타 등 관련된 전 분야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려다 보니 깊이가 떨어졌다. 이날 건의된 내용 대부분이 기존에 관련 협회를 통해서도 충분히 정부에 건의되던 내용 들이었다.
이날 참석한 한 협회 회장은 “자유로운 건의 형식으로 진행됐다지만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며 “2분 정도 발언하는데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이 갑자기 최저임금 동결 얘기를 꺼내자 오히려 최저임금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한 채 묻히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기보다는 청와대에 초청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고무된 모습을 보이거나 첫 만남을 가졌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행사 전 기자들과 만나 “다음에 또 만나는 기회를 만드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만나는 것이니 거기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규·서민우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