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는 13일(현지시간) 간첩활동 혐의로 전직 공군 정보장교인 모니카 위트(39)와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이란인 해커 4명을 기소했다. 법무부 기소와 맞물려 재무부도 위트를 포함해 사이버공격에 가담한 이란 기관과 개인 등 총 11곳을 새로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법무부에 따르면 위트는 지난 2013년부터 이란에 미 국방부 프로그램의 암호명과 비밀임무 등 기밀정보를 이란인 해커들에게 넘겼으며 해커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미 정보요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컴퓨터에 악성 소프트웨어나 해킹 도구 등을 심고 정보를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방수사국(FBI)은 “1급 비밀 취급 허가를 받은 위트는 국가 안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이란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재의 칼을 빼 든 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이란을 정조준한 국제안보회의를 개최해 이란 압박을 위한 국제공조에 나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60개국 장차관급 외교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회의에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각종 테러 대응과 더불어 중동을 불안하게 하는 이란의 나쁜 영향력 등에 대해 중요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무역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발족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비난하며 유럽 동맹국들에게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주요 유럽 파트너 중 일부는 이란 제재에 거의 협력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이란과의 무역을 위해 일부 유럽 국가가 만든 계획은 살인적인 이란 정권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깨기 위한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이란 핵 합의’ 탈퇴 이후 대이란 제재를 재부과한 뒤 유럽과 중동 동맹국들의 협력을 적극 당부해왔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북한과 함께 이란·시리아 등 23개국을 돈세탁 및 테러자금 지원국으로 잠정 지정해 발표했다.
한편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조인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를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27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대형 테러사건이 터졌다. 이란 남동부에서 벌어진 이번 자살폭탄 공격은 혁명수비대 군인들이 탄 통근버스를 표적으로 삼았고 이란 측은 지적했다. 테러 직후 수니파 극단주의 반(反)이란 무장조직인 ‘자이시알라들’이 배후를 자처했지만 이란은 “외부 정보기관과 연계돼 공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했다.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바르샤바의 곡예가 시작된 날 테러가 일어난 것이 우연의 일치냐”며 미국 배후설을 암시했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