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 임시직 고용 4%P↓도소매업 4%P↓..."소주성, 내수 못살려"

■경제학자들 정부정책에 쓴소리

취약층 소득 줄며 '양극화 심화'

소비도 해외직구 빼면 마이너스

총요소생산성 0.05~1.14% 감소

중국發 리스크 고조될 땐

대출규제완화·금리인하 필요

14일 서울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경제, 정부정책의 평가와 포용적 성장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전 학회장인 김경수(앞줄 왼쪽 두번째) 성균관대 교수와 신임 학회장인 이인실(〃 세번째)서강대 교수등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이호재 기자14일 서울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경제, 정부정책의 평가와 포용적 성장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전 학회장인 김경수(앞줄 왼쪽 두번째) 성균관대 교수와 신임 학회장인 이인실(〃 세번째)서강대 교수등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이호재 기자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기다리면 된다”면서 귀를 닫고 눈을 감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처참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도 이미 경고의 목소리는 컸다. 당시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자본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부는 집권 초반 소득주도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며 2년 연속 최저임금을 29% 올렸다.

경제학자들은 1년이 지난 14일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2019 공동학술대회’에서 최인·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은 나타나지 않았고 잠재적 경제성장 저해가 우려된다”고 결론을 냈다.


‘한국경제 정부 정책의 평가와 포용적 성장의 과제’ 첫 발표자로 나선 최 교수팀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지난 정권 시절인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와 현 정권 출범 뒤인 201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3·4분기 지표를 분석했다. 먼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내세운 결과 실제 소득을 올리고 분배를 개선했을까. 연구진은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 고용 감소를 볼 때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정권 대비 현 정권의 전체 고용성장은 -2.07%포인트로 후퇴했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2.53%포인트), 임금근로자(-2.19%포인트) 모두 줄어든 탓이다. 특히 상용직근로자 성장률이 1.39%포인트인 반면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4.03%포인트, -4.32%포인트로 집계됐다. 양극화가 더 심화했을 가능성과 취약계층 근로자가 고용시장에서 이탈해 실질소득이 줄었을 가능성을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노동생산성 성장률은 전 산업에서 4.38%포인트 높아졌는데 이 역시 고용악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생산성 증가는 노동투입량이 줄어든 데서 비롯했다”며 “근로시간이 줄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소득이 늘면 소비도 는다고 했지만 이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분석 결과 국내 소비성장률은 1.14%포인트 증가했지만 해외 직구 등을 제외한 순수 내수에 해당하는 부분만 걸러내면 -0.46%포인트로 오히려 역성장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업(-4.06%포인트)과 음식숙박업(-1.52%포인트) 등의 쇠퇴는 서민들을 더 어렵게 했다. 최 교수는 “음식숙박업과 예술 및 스포츠·교육서비스업 등도 감소한 점을 볼 때 ‘저녁이 있는 삶’이 내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혁신성장의 소외 속에 투자가 자취를 감추고 기업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잠재성장률의 주축인 총요소생산성은 0.05~1.14%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주도 성장이 지금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까지 갉아먹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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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건 정책이 기능하지 않으며 한국 경제의 체력은 약해졌는데 2017~2018년 반짝 성장을 보였던 세계 경제는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둔화하며 ‘내우외환’이 깊어가는 모양새다.

함께 열린 아시아금융학회·한국국제금융학회의 ‘미국과 중국경기의 하방 위험과 한국의 금리 및 외환정책 대응’에서 경제학자들은 심상치 않은 대외 리스크를 점검하며 정부의 확실한 대응을 요구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히 중국발 경착륙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 내 기업 부채가 과도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무역분쟁이 격화하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경제정책의 목표를 경기 경착륙 방어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버텨준다면 현재 확대재정정책이 기능하겠지만 수출 감소폭이 커질 경우는 상황이 아예 달라진다고 판단했다. 현재 같은 증세 구도로는 재정정책이 소용이 없는 만큼 경착륙이 우려되면 대출 규제 완화와 부동산 세율 조정, 금리 인하 카드까지 총동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수출에 경고음을 냈다. 그는 “무역악화로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하면 자본수지가 같이 움직인다”며 “당장 수출이 크게 줄지는 않겠지만 2030년 이전 도래할 수 있는 적자 반전에 대비해 외환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 건전성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증권투자 관련 유입이 상당해 앞으로 유출 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 측 대표로 나선 김회정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정부는 대외 불안요인이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전이되지 않도록 외환시장을 지켜보며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할 것”이라며 “투자심리가 유지되도록 2월 말 직접 홍콩과 미국 뉴욕에서 투자자들을 만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허진기자 liberal@sedaily.com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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