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남권신공항 재검증' 갈등 부채질해선 안된다

연초부터 불거진 동남권신공항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13일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신공항 추진과 관련해 “총리실 차원에서 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참석한 뒤 부산지역 경제인들과의 오찬에서 “부산·김해시민이 (신공항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총리실 차원의 검증이란 3년 전 이미 동남권신공항 입지로 확정된 김해신공항이 안전성과 소음 같은 문제가 없는지, 허브공항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지 등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동안 부산·울산·경남 3개 광역단체장들은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동남권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아닌 총리실에서 재검증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김해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하고 가덕도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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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신공항 문제는 이명박 정부부터 10년 넘도록 소모적인 지역갈등을 초래했다. 대구·경북은 밀양을, 부산·경남은 가덕도를 각각 희망했지만 두 곳 모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났다. 정부는 결국 해외용역 결과를 토대로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을 냈다. 영남권 5개 단체장도 더 이상 재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부산시의 주장을 일축해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신공항 위치 변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들의 재검증 요구를 수용한 것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이) 특정한 방향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자칫 국책사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국책사업이 여론에 휘둘리고 지역 대결을 부추겨서는 곤란하다. 이미 결론 난 사안을 또다시 정부 차원에서 재검증하는 것은 국론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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