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신공항 관련 발언이 나온 후 부산시의 노선이 달라졌다. 그간 신공항 관련 갈등과 이해관계 때문에 대구·경북을 언급하지 않았던 부산시가 대구통합신공항 건설을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과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의 5개 시도는 지난 2006년부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2016년까지 신공항 입지로 갈등을 빚어왔다. 반면 대구시 등은 이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자칫하면 갈등 양상이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4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발언으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디딤돌이 놓였다”고 새로운 관문공항 건설에 대해 자평했다. 이어 “동남권 관문공항과 함께 지역 상생협력과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전략이라는 차원에서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인 대구통합신공항 추진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대구통합신공항을 돕겠다는 발언은 오 시장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밝힌 계획으로 일각에서는 대통령 발언 이후 수립한 전략으로 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을 찾아 ‘5개 시도의 합의가 있다면 수월한 결정이 가능할 것이며 이견이 있다면 국무총리실로 이관해 검증하되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을 부산시가 의식했다는 것이다.
‘동해안 패싱’ 논란과 지지율 하락 등 최근 들어 대통령의 악재에 신공항 문제로 인한 부담감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대구·경북과 신공항 문제로 10년 넘게 빚었던 갈등을 또다시 재연하는 일은 피하자는 것으로 봤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총리실에서 검증했는데 국토교통부의 기존 계획대로 김해신공항으로 결정되는 것도 일부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오 시장은 “대구·경북과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향후 계획을 고민 중”이라며 “직접 만나 대화하는 등 소통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신공항에 대한 5개 시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총리실에서 검증을 하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대구시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일단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부산시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신공항 문제가 다시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경계하며 문 대통령의 ‘김해공항 확장 총리실 검증’ 언급에 애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가덕도 추진으로 선회했다고 해석하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총리실 검증 결과 만약 김해공항 확정안이 정말 문제가 있다면 그때 다시 영남권의 5개 시도가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만약 정부가 부산시의 요구대로 가덕도 재추진에 힘을 실어줄 경우 신공항 논의는 다시 13년 전으로 되돌아가 영남권은 분열되고 대구시가 역점 추진 중인 통합신공항(군+민간공항) 이전도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통령의 신공항 발언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부산의 주장처럼 소음·안전성·확장성에 실제 문제가 있는지 총리실에서 한번 살펴보겠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신공항 추진 방향이 가덕도로 선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또 “5개 시도가 어렵게 합의해 정부가 국가정책사업으로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해왔다”며 “이제 와서 만약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한다면 신공항 문제가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인데 정부가 과연 그런 결정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대구통합공항 이전은 ‘군공항이전특별법’에 의해 도심에 있는 군공항을 이전하는 사업으로 김해공항 확장과는 별개로 변함없이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대구=조원진·손성락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