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높은 관세를 매긴다면 국내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산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적용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현지 생산분을 뺀 한국산의 대미 수출량은 연간 약 85만대에 달하는데 25% 관세 부과 시 수출가격이 약 10~12% 급등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차 업계의 손실액이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을 정도다. 최악의 경우 13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경제가 둔화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은 위기상황이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생산량은 80만대를 겨우 넘어 공장가동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시장마저 막힌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관세 폭탄 면제의 포석으로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때 자동차 부문에서 양보했지만 미국의 답변을 얻지 못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한국산 차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는데도 확답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하는 등 정부는 느긋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 유럽연합(EU) 집행위가 이날 즉각 우려 성명을 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과 비교된다. 이러다가 2017년의 한국산 유정용 강관 등에 대한 고율 반덤핑 관세 부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까 걱정이다. 정부는 낙관론만 펴지 말고 미국 조야에 대한 설득작업을 강화하는 한편 EU·일본 등과의 국제공조도 서둘러야 한다. 자동차 업계 역시 대결적인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생산성 향상과 함께 미중을 벗어난 수출지역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