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올해를 일제시대를 거치며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권력기관 개혁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국정원·검찰·경찰은 오직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이는 정권의 이익이나 정략적 문제가 아닌,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일제 강점기 검사와 경찰은 강압적 식민통치를 뒷받침하는 기관이었다”고 봤다. 문 대통령은 “조선 총독에 의해 임명된 검사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게 돼 있었고, 경찰도 의병과 독립군을 토벌하고,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고, 국민의 생각과 사상을 감시하고 통제했다”며 과거 검찰과 경찰을 떠올렸다. 이어 “경찰은 ‘칼 찬 순사’라는 말처럼 국민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던 공포의 대상”이라며 “경찰은 광복 후에도 일제 경찰을 그대로 편입시켜 제도와 인적 쇄신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우리 국민에게 특별하다. 선조들은 100년 전 3·1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원칙과 토양을 만들었다”며 “국민 위에 군림하고 정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기관이야말로 선조들이 온몸을 던져 타파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1919년 선포된 대한민국임시헌장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다. 헌법에 민주공화제를 담은 것은 세계 최초”라며 “‘모든 공권력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안창호 선생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나 모두 국민의 노복’이라고 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오직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권력기관을 개혁하려는 시도를 두고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 정부 들어 과거처럼 크게 비난받는 권력형 비리나 정권유착 비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이어 “국정원의 경우 정치관여를 근절하고 해외·대북 정보에 전념하며 국제사회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평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가장 앞서 뒷받침했다”며 “검찰과 경찰도 개혁하는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하지만 우리 국민의 눈높이는 아주 높다. 국민이 만족할 만큼의 개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개혁이 미완성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은 분명하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 일상의 불공정이나 조그마한 부조리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며 “공권력은 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공공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공권력이라면 국민 모두 공권력 강화를 반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용하고, 소임을 다하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개혁의 법제화와 제도화를 강조하고 싶다. 입법을 통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항구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또한 감시·견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도 국민의 여망에 응답해달라. 국정원 개혁법안, 공수처 신설 법안, 수사권조정 법안, 자치경찰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하도록 대승적으로 임해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정원·검찰·경찰의 위상과 소임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 있다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도록 입법에 힘을 모아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사법개혁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울타리로서 국민의 관심이 높다”며 “입법 과정만 기다릴 수는 없다. 행정부 스스로 실현할 과제들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이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의 원동력도 국민이고, 평가자도 국민이다. 국민과 함께, 국민의 힘으로, 국민의 눈높이까지 쉼 없이 개혁해야 한다”며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에 권력기관이 든든한 동반자가 될 때까지 지치지 말고 추진해가자”고 격려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