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문재인 정부 2기 개각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는 다양한 개각 시나리오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하마평 가운데 하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입각설이다. 내년 총선 출마에 나설 현역의원 신분의 장관들이 국회로 대거 복귀하면서 그 빈자리를 민주당 중진들이 채울 것이라는 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개각이 임박하면서 민주당 중진 5~6명의 이름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장관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행정안전부 김부겸·해양수산부 김영춘·국토교통부 김현미·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등 내년 총선에 출마할 현역의원 출신 장관은 이번 개각의 0순위 후보들이다. 여기에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거나 교체수요가 큰 부처를 합하면 개각폭은 최대 7곳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집권 중반기로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개각을 통해 산적한 국정 개혁과제의 드라이브를 걸어 본격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에 승선할 신임 장관은 빠르게 부처를 장악할 수 있는 역량과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무난히 넘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인물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이미 선거를 통해 검증을 받은 데다 정치적 경륜을 겸비한 여당 중진들의 입각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는 차기 총선을 1년 여 앞두고 있는 중진들의 복잡한 속내와도 맞물려 있다. 공천을 앞두고 다시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경우 3~4선 이상 중진들이 우선 물갈이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 경쟁에 휘말리느니 차라리 입각을 통해 경험을 쌓은 뒤 지방선거 출마 등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중진들이 입각할 경우 총선 공천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개각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우상호·이인영(3선), 박영선·변재일·안민석·송영길(4선), 원혜영(5선) 의원 등 3선 이상 중진들의 입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입각 여부는 최종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는 만큼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때문에 입각설에 오르내리는 해당 의원들은 모두 기자들의 질문에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한 중진 의원은 “개각명단이 결정되기도 전에 괜히 설레발 쳤다가 입각은 못하고 망신만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당 일각에서는 중진 들을 줄줄이 하마평에 올리는 것 자체가 사실상 내년 총선 불출마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구체적 실체도 없는데 대거 입각설을 흘림으로써 중진들의 총선 불출마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당 내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누군가 의도를 갖고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중진 입각설을 흘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