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서전 쓰며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하세요"

'웰다잉 전도사' 차흥봉 前보건복지부 장관

웰다잉시민운동 초대이사장 맡아

"죽음 준비하는 문화운동이 중요

메모·일기 정리하는게 '웰다잉'

'죽으면 끝' 이라는 생각 버려야"




“60년 동안 연구해온 것을 정리해 올해 책으로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자녀들한테 유산 정리 계획도 확실하게 얘기했고요. 죽음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면서 오히려 현재의 삶을 더 성실하고 의미 있게 살 수 있습니다.”

차흥봉(78·사진) 웰다잉시민운동 이사장의 올해 목표는 ‘자서전 쓰기’다. 70대 후반인 그가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세운 목표다. 차 이사장은 최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물질적인 재산뿐 아니라 정신적인 유산도 정리해야 한다”며 “꼭 거창하지 않아도 평소 메모해둔 것, 일기 등을 정리하는 게 모두 ‘웰다잉’”이라고 말했다.

웰다잉시민운동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를 미리 계획해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자는 공감대를 모으기 위해 지난해 12월 정식 출범한 시민단체다. 오는 4월 법인 인가가 나올 예정이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신으로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차 이사장은 오랫동안 노인복지를 연구하고 관련 정책 입안·집행 과정에도 참여한 만큼 흔쾌히 단체의 초대 수장직을 맡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죽으면 다 끝이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일궈온 물질적·정신적 자산이 가족과 친구·지인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인생을 더 충실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한다는 게 차 이사장의 지론이다. 웰다잉(well dying)이 웰빙(well being)과 웰에이징(well aging)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얘기하기 민감한 소재”라며 “특히 자녀가 먼저 부모에게 죽음에 대한 준비를 얘기하기 쉽지 않은 만큼 국민들에게 필요성을 알리는 문화운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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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죽음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맞이해 갈등을 빚는 경우는 흔하다. 부모의 사망 후 유산을 둘러싸고 자식들 간에 법정 소송까지 벌이기도 한다. 사전에 유언장을 작성하고 장례 계획을 세우는 등 준비를 했다면 볼썽사나운 일은 피할 수 있다. 웰다잉시민운동에서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준비’를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단체에는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숙 예술의전당 이사장 등 사회 저명인사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웰다잉시민운동은 4월 법인화를 마치는 대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호스피스 환자와 말기 암 환자 등 죽음이 임박한 사람이 대상이다. 차 이사장은 “국내 대표적인 ‘죽음학 전도사’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암에 걸려 수술을 받은 후 장례식에 쓸 음악을 USB에 담아두고 수의 대신 무명옷을 입히고 화장해 바다에 뿌려달라는 사전 장례 의향서도 만들어놓았다”며 “삶을 잘 마무리하려는 사람들의 사례가 점점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약 1년 만에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총 3만5,431명에 달했다. 자신의 연명치료에 대한 의향을 미리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도 11만3,059명이나 된다. 차 이사장은 “법인화를 마치는 대로 나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계획”이라며 “많은 이들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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