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이병헌 감독)이 지난 17일 기준 총 관객 1,453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 순위 2위로 올라섰다. 개봉 26일째 거둔 성적이다.
지난달 23일 간판을 내건 ‘극한직업’은 각종 흥행 기록을 세우며 ‘아바타’(1,362만명), ‘국제시장’(1,426만명), ‘신과함께-죄와벌’(1,441만명)의 성적을 차례로 추월했다. 이제 ‘명량’(1,761만명)의 기록만 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4년 7월부터 1위 자리를 지켜온 ‘명량’은 영화계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줄임말)의 상징이다.
극장 관계자는 “‘명량’은 당시 여름 성수기에 개봉해 ‘극한직업’보다 흥행 속도가 더 빨랐다”면서 “지금은 설 연휴 이벤트도 끝난 데다 후속작들이 기다리고 있어 1,500만명을 조금 넘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극한직업’이 신작들을 줄줄이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고, 후속작들 역시 예상보다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경우 장기 상영이 이어져 ‘명량’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명량’을 넘으려면 300만명 이상을 더 끌어모아야 한다.
‘극한직업’의 순제작비는 65억원으로,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하면 총제작비는 95억원 안팎이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 올린 극장 매출은 1,254억원으로, 제작비의 무려 13배에 달한다. 앞으로 관객이 더 들고, 인터넷TV(IPTV)와 주문형 비디오(VOD) 등 부가판권 수익까지 챙긴다면 수익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총 19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1,357억원의 수익을 올린 ‘명량’보다 ‘가성비’는 더 높다. 현재까지 역대 1,000만명을 넘은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작품은 ‘7번방의 선물’이다. 이 작품은 총제작비 58억원의 15배에 달하는 9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극한직업’ 흥행은 콘텐츠 자체의 힘과 ‘대진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계 관계자도 “당초 잘하면 700만명은 넘겠다 싶었는데, 이 정도까지 흥행에 성공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극한직업’의 성공은 ‘흥행공식’에 대한 선입견도 박살냈다. 많은 제작비와 스타 캐스팅이 더는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거대담론도 없는 영화가 이 정도의 흥행을 기록했다는 것은 스토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극한직업’은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등이 공동 주최한 ‘한중 스토리 공동개발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이야기를 골자로 만들어졌다. 당시 양국 창작자들이 쓴 각본 306편이 접수돼 총 20편의 작품화가 결정됐다. 신인 창작자 문충일씨가 쓴 ‘극한직업’도 20편 중 하나였다. 이 시나리오는 중국에도 판권이 팔려 현지에 맞게 각색을 거쳐 ‘용화형경’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6월 개봉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마약밀매조직을 잡기 위해 형사들이 가재 요리 집을 위장 창업했다가 뜻밖의 대박을 터뜨리는 내용으로, 한국판과는 치킨과 가재만 다를 뿐 주요 설정이나 캐릭터는 비슷하다. 최근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한국의 ‘극한직업’이 중국 영화를 표절했다”는 오해 섞인 주장을 하는 것도 이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한중 작품 모두 한 시나리오에서 출발한 영화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