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ECO&LIFE, 세상을 바꾸는 우리] 쓰레기의 역습...소금 통해 미세플라스틱 年 37개 섭취

타이어마모·치약 등으로 배출

체내 축적돼 위해성 높지만

제대로 된 연구·규제는 없어




무심코 버리는 플라스틱과 소모성 일회용품 등 각종 생활용품은 인류와 동물의 생명을 위협한다. 인류의 최고 가치인 지속가능성을 가장 크게 해치는 것이 바로 쓰레기인 것이다. 그 중심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있다. 바다의 파도와 바람 등에 잘게 쪼개지거나 세탁과정, 타이어 마모, 치약 등 생활용품에서 생성된 5㎜ 이하 미세플라스틱은 물고기와 바닷새 등을 거쳐 먹이사슬의 마지막에 있는 인간의 건강을 노리고 있다.

18일 학계 등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950만톤의 플라스틱 중 15~31%를 차지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 2013년 경남 거제 칠천도 해역에서 바위털갯지렁이 10마리를 조사했을 때도 모든 개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는데 한 개체에서 최대 451개까지 검출됐다. 2016년 경남 거제와 마산 일대 양식장의 굴·담치·게·갯지렁이 조사에서도 전체의 97%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2015년 조사에서는 경남 거제와 진해 32곳 등 국내 바다의 1㎡당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해외 평균보다 8배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가까이 일본에서도 도쿄만 멸치 64마리 중 49마리에서 평균 2.3개, 최대 1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소금도 미세플라스틱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7년 호주와 프랑스·이란·일본·말레이시아·뉴질랜드·포르투갈·남아공 17개 소금 브랜드 조사 결과 16개 브랜드에서 소금 1㎏당 1~10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식용 소금으로 인간이 먹는 미세플라스틱만 연간 37개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우선 치약이나 세제 세안제 같은 생활용품에는 제품당 5,000~9만5,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원료로 들어간다. 자동차가 달릴 때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세탁과정에서 합성섬유의 미립자가 떨어져 나가면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된다. 페트병이나 비닐봉지·어망 같은 커다란 플라스틱이 풍파를 맞아 부서지는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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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이 당장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바다 생물이나 소금 등 해양생태계에서 나오는 제품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축적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이 바닷속 화학물질을 흡착하는 과정에서 독성을 유발하고 체내에 쌓일 수 있는데 이 경우 인간에게 각종 암을 유발하고 생식기 발달 저하나 성장 지연을 일으킨다는 분석도 있다. 태평양 굴을 미세플라스틱에 노출하는 실험에서는 난모세포 수가 38% 감소하고 지름과 정자 속도, 자손들의 성장이 각각 5%, 23%, 18~41% 감소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대한 한국수자원공사 위촉연구원은 “미세플라스틱은 독성물질을 흡착해 생물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며 “관련 규제와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화학제품이나 비닐, 소모성 일회용품 등도 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주범으로 꼽힌다. 재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매립·소각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체에 좋지 않은 유해 물질 등을 배출하는 탓이다. 특히 국토가 그리 넓지 않은 우리나라는 기존의 쓰레기 매립지가 포화 상태다. 주곡리 지정폐기물 매립장이나 경북 의성군 폐기물 처리장 등 관리가 소홀한 시설도 많다. 추가적인 매립 부지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국 소각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지만 미세먼지·초미세먼지·질소산화물·일산화탄소·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종이컵 등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면서 초래되는 온실가스 등의 문제는 이제 상식이 돼 버렸고 최근에는 일회용품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 문제까지 불거졌다. 종이 타월이나 식당의 냅킨·나무젓가락 등에 함유된 ‘형광증백제’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비닐 랩에 들어 있는 ‘폴리염화비닐(PVC)’이라는 화학물질도 간이나 콩팥·비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임진혁기자 세종=정순구기자 liberal@sedaily.com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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