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세부요건을 정리하기 위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논의가 당초 약속했던 시한을 하루 넘긴 19일에도 이어졌다. 경사노위는 ‘빈손 협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막판까지 논의를 거듭했다. 국회의 입법부담을 덜어줘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제도를 시행·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노사는 쟁점인 임금보전과 건강권 보장을 두고 서로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단위기간 6개월로 가닥…임금보전·건강권 보장 놓고 ‘줄다리기’=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이날 협상을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데는 합의를 이뤘지만 임금보전 및 건강권 보장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는 데 난항을 겪었다.
탄력근로제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근로제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경영계가 요구한 의제다. 현재 법정 근로시간은 연장근로를 포함해 52시간인데 탄력근로제가 도입되면 일정 기간의 근로시간을 주 64시간(12시간 가산)으로 늘리고 해당 기간만큼 다른 기간 동안 40시간(12시간 감산)을 일해 단위기간 동안 평균 52시간으로 맞추는 것이다. 현재는 단위기간을 3개월까지 정할 수 있다.
조선 등 특정 기간에 일감이 몰리는 기업이나 계절을 타는 제조업체를 위해 재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까지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위기간이 6개월로만 확대돼도 근로시간 연장 기간을 앞뒤로 붙여 64시간 동안 일하는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확대할 수 있다.
반면 노동계는 탄력근로제가 확대 시행되면 재계가 연장근로에 적용되는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의 계산에 따르면 시급 1만원 근로자가 6개월 단위의 탄력근로를 하면 총임금의 7%를 손해 보게 되므로 이를 보전해달라는 것이다. 경영계는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주면 탄력근로제를 하는 의미가 없다고 반박한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가 특정 기간의 과로를 수반하게 되므로 이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의 과로사 인정 요건인 12주 연속 주당 60시간 근무를 근로기준법에 명시해야 하고 이후 과로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주 64시간 근로가 60시간으로 제한되면 기업으로서는 월 16시간의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논의가 종료될 예정이던 전날까지만 해도 노동계와 사용자 측이 이를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결국 협의가 파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전날 경사노위에서 만난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 입장으로서는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것만 해도 큰 양보”라며 “사용자 측이 이 두 가지 요구는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체급’ 높여 막판 협상…정부 중재 ‘안간힘’=경사노위는 이날 오전부터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임서정 고용부 차관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해 탄력근로제 문제를 논의했다. 기존 노동시간제도개선위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으로 구성돼 있어 ‘체급’을 높여 합의를 이뤄보겠다는 취지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2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와 관련한 의견을 모았으며 고위급 협의체는 이날 오후4시께 다시 속개돼 논의를 이어갔다.
정부가 노사 간의 대립 상황에서 중재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는 대화와 타협이 절실하다”며 “경사노위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고 임금손실을 최소화할 지혜로운 방안을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 논의 결과에는 단위기간의 6개월 연장과 임금보전 및 건강권 보장 사이의 절충안과 그에 따른 대안들이 포함된다. 사용자 측은 이날 오전까지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되 임금보전과 건강권 보장에 대한 노동계 측의 요구를 받게 될 경우의 장단점을 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총리는 다음달 6일 총파업 계획을 밝힌 민주노총에 대해 “대화를 거부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하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며 “민주노총도 우리 경제와 노동을 함께 걱정해야 할 주체의 하나인 만큼 총파업 계획을 거두고 사회적 대화에 동참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