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에 대해 정부는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고 대책을 내놓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역전세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서울도 ‘깡통전세와 깡통주택’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전세수요와 공급 상황을 나타내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가 지난 2018년 12월부터 10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수급지수가 100 이하를 기록하기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전세수급지수는 0에서 200 사이의 숫자로 표시하는데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88.2를 기록해 전월의 90.1에 이어 두 달 연속 100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강북 14개구가 1월 기준 84.1을 기록해 공급과잉이 심각했으며 강남 11개구는 92.5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전세 매물은 넘쳐나는데 세입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는 지난해 11월부터 91.1을 기록하며 100 이하로 떨어진 후 올 1월에는 80.8까지 내린 것으로 나타나 최근 역전세난 우려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수년 새 대규모 신도시와 택지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하면서 주택이 남아돌기 시작한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주요 랜드마크 아파트값 하락세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지난해 9월 가격 수준으로 회귀한 상태다. 실제 KB국민은행의 ‘KB 선도 아파트 50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지수가 1.03% 하락하며 두 달 연속 추락했다. KB 선도 아파트 50지수는 거래 가격이 높은 대단지 아파트 50곳을 선정해 집값 변동 폭을 계산해 지수화한 것이다. 월별 선도 아파트 지수 하락 폭이 1%를 넘었던 적은 2012년 9월(-1.24%)이 마지막이며 하락 폭으로도 6년 4개월 만에 최대다. 두 달 연속 하락한 결과 선도 아파트 50지수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지난해 9월 수준까지 내려갔다.
실제로 KB부동산 시세를 살펴보면 선도 아파트 50에 포함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해 12월에는 호가가 31억원까지 뛰었지만 올 들어 상승세가 꺾이면서 1월 기준 26억~30억7,500만원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