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지방법원 무역·항만 재판부는 최근 다야니가가 제기한 한국 정부에 대한 자산 가압류 청구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6월 다야니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ISD 소송에서 승소해 73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는데도 한국 정부가 영국 고등법원에 ISD 취소 소송을 내며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자산을 압류하는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재판부는 네덜란드에서 영업하는 한국 기업인 삼성·LG·KEB하나은행·우리은행·부산항만공사 등을 대상으로 가압류 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이 한국 정부에 진 빚이 있다면 이를 갚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다만 이들 기업들이 정부에 진 빚은 없어서 당장 압류가 현실화 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인 안건이어서 일단 취소 소송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야니가와 우리 정부의 ‘악연’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추진하면서 다야니가가 소유한 이란 가전사인 ‘엔텍합’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다야니 측은 채권단에 계약금 578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인수금융을 주선한 산업은행이 엔텍합 측 자금조달 계획에 문제가 있다며 계약 파기를 선언했고 캠코는 계약금 전액을 몰수했다.
다야니가는 공공기관인 캠코가 채권단에 포함됐다며 지난 2015년 유엔국제상거래위원회(UNCITRAL)에 ISD를 제기했다. 이후 중재 재판부는 3년 간의 다툼 끝에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계약금에 이자를 더해 7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승소를 예상하다가 예상 밖 허에 찔린 정부는 지난해 7월 영국 고등법원에 ISD 취소 소송을 냈다. 영국 중재법상 이번 판정을 진행한 유엔국제상거래위원회에 중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동시에 캠코가 국가 기관이 아니어서 애초에 ISD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다시 한 번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야니가와 ISD의 경우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기는 했지만 산은 등이 연관돼 있다는 이유로 국제법 전문가도 없는 금융위가 주무부처 역할을 하고 있고, 처음부터 소송 결과도 지나치게 낙관해 ISD 사상 최초의 패소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야니가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전세계 법정에서 한국 정부 자산에 대한 가압류를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로테르담 법원은 상대적으로 친기업적인 판결을 많이 내리는 곳이어서 다른 국가에서는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현지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영업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보고 향후 동향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