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가 만든 HDD의 요람, 씨게이트싱가포르디자인센터

씨게이트싱가포르디자인센터(SSDC) 가 보니

진동과 충격, 전자기 등 모든 환경서 제품시험

친환경 설계로 건물 내 전력 사용도 최소화해

글로벌 바이오·IT 기업 모인 싱가포르 원노스

정부 지원과 기업간 시너지로 첨단 산단 부상

싱가포르에 위치한 ‘씨게이트싱가포르디자인센터(SSDC)’ 전경/사진제공=씨게이트싱가포르에 위치한 ‘씨게이트싱가포르디자인센터(SSDC)’ 전경/사진제공=씨게이트



”펑, 펑”

지난 1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씨게이트싱가포르디자인센터(SSDC)’에서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상으로 한 충격실험이 한창이었다.


지난 2015년 싱가포르 바이오·IT 단지인 ‘원노스’에 들어선 SSDC는 총면적 약 4만㎡로 지상 9층, 지하 3층 건물과 6층 건물 두 동으로 구성됐다. 양산 전 단계의 HDD를 만들어 각종 시험을 진행하는 이곳은 IT 하드웨어의 시험센터라기보다는 친환경 기업의 본사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씨게이트는 이곳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와 연구개발(R&D) 센터, 데이터센터 등의 거점을 두고 있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에도 이곳에서는 HDD 품질을 위한 여러 가지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SSDC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 중 하나인 충격과 진동을 테스트하는 실험실 ‘샵앤바이브레이션랩’에선 1년 내내 회전 진동과 회전 충격, 수직 진동, 수직 낙하 시험이 진행돼 굉음이 이어진다. 기계에 일반 중력 가속도의 350배 수준의 충격 강도를 입력해 시험하는데, 함께 선반에 놓인 HDD에 ‘펑’하는 귀가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이 가해진다.

안내를 맡은 씨게이트 관계자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느끼는 중력가속도가 일반 중력가속도의 1.25배 수준이니 일반 중력가속도의 350배면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충격 강도”라며 “직육면체 형태의 HDD 여섯 면을 모두 바꿔가며 이런 충격에 견딜 수 있음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찾은 곳은 소리와 진동을 최소화한 ‘어쿠스틱챔버’다. 이곳에서는 HDD가 가동될 때 나는 소리의 크기를 측정한다. 건물의 가장 아래층인 지하 3층에 위치한 이 방은 여섯 면 중 바닥을 제외한 다섯 면이 흡음처리가 되어있고, 각 면에는 삼각뿔이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 있다. 씨게이트 관계자는 “조용한 사무실이 50dB, 도서관의 소음이 40데시벨(dB) 수준인데 어쿠스틱 챔버의 소음은 12dB 수준”이라며 “저주파는 삼각뿔의 사이사이로 들어가 사라지고, 고주파는 삼각뿔의 표면이 흡수하도록 설계됐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어쿠스틱챔버에서는 바로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해도 말이 잘 들리지 않아. 멀리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씨게이트싱가포르디자인센터는 곳곳에 녹지를 마련해 환기나 냉방에 사용되는 전력을 최소화한다./사진제공=씨게이트씨게이트싱가포르디자인센터는 곳곳에 녹지를 마련해 환기나 냉방에 사용되는 전력을 최소화한다./사진제공=씨게이트


전자기장의 민감도와 정전기를 측정하는 ‘EMC센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전 패드를 밟아야만 한다. 이곳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은 HDD의 전자기장에 대한 민감도 측정이다. 전자기장 민감도가 국제 규격에 부합하지 않으면 제품을 양산할 수 없다.


씨게이트 관계자는 “기업 고객 데이터센터구축을 위해 여러 개의 HDD를 붙여서 설치할 경우, HDD에서 나오는 전자기장이나 방사선을 제거하지 않으면, 서로 간섭 효과로 제품 성능이 떨어진다”며 “이곳에서는 HDD 가동 시 나오는 방사선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정확한 방사선과 측정을 위해 블루투스, 와이파이, 전화 등의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게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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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SSDC에서 단일 공간으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클린룸’이다. 이곳은 SSDC에서 진행되는 시험에 사용되는 양산 직전 단계의 HDD가 생산되는 곳으로, 200개의 부품으로 26개의 조립 단계를 거쳐 4초에 한 개씩 HDD를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 자동화로 500평 규모의 공간에 상주 직원은 5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하루 생산량은 1,000대, 라인을 모두 가동하면 하루에 1만대까지 HDD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씨게이트 측의 설명이다.

HDD 생산 과정에선 먼지를 잡는 게 필수적이다. HDD 내부에 살짝 떠서 진동운동을 하며 자기 방식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는 액추에이터와 HDD 바닥면 사이에 먼지가 끼면 성능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씨게이트 관계자는 “클린룸 내부 기압을 외부보다 0.2기압 정도 높게 설계해 기압 차이로 미세먼지가 클린룸으로 들어오기 어렵다”며 “병원 수술실의 10배 정도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이곳에는 한국인 직원 30여 명도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한국에 있던 씨게이트디자인센터가 철수하면서 넘어온 인력이 대부분이다.

씨게이트싱가포르디자인센터는 곳곳에 녹지를 마련해 환기나 냉방에 사용되는 전력을 최소화한다./사진제공=씨게이트씨게이트싱가포르디자인센터는 곳곳에 녹지를 마련해 환기나 냉방에 사용되는 전력을 최소화한다./사진제공=씨게이트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SSDC 센터 인근에 글로벌 바이오·IT기업이 모두 몰려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SSDC가 위치한 ‘원노스’는 싱가포르 정부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조성된 바이오·IT 복합단지다. 싱가포르의 나라 전체 면적은 697㎢로 전체 면적이 605.21㎢인 서울보다 조금 클 뿐이다. 이렇게 가용 토지가 부족함에도 싱가포르 정부는 글로벌기업 유치를 위해 계획 산업단지를 조성해 해외기업의 입주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SSDC 역시 원노스에 입주하며, 대기 오염 예방을 위해 뜨거운 태양열을 전력으로 활용해 전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대신 기업 활동에 필요한 각종 혜택을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제공 받고 있다.

SSDC를 이끄는 마이크 트로멜 씨게이트 제품 개발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은 “싱가포르 정부와 SSDC 운영을 위해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 때문에 주요 IT기업들이 SSDC 인근에 몰려 있어 고객사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원노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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