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 업무가 아닌 일로 공무원이 반말로 지적하기에 항의했다가 욕을 듣고 징계 위기에까지 몰렸습니다. 이후 저는 개인 컴퓨터 수리, 운전 등 제 일이 아니어도 시키는 대로 다 하게 됐습니다.” 유지 보수 업무를 맡은 용역업체 직원 A씨는 파견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래처 공무원에게 수차례 ‘갑질’(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정부가 공공분야에서 발생하는 ‘갑질’을 예방하고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제시했지만, A씨는 여전히 갑질의 위험 하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이드라인 적용 범위에 비정규직은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부당행위를 제보받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0일 “정부 가이드라인은 갑질 예방 교육과 구체적 사례 명시, 갑질 피해신고·지원센터 설치 등 의미 있는 조치를 담았다”면서도 “하지만 적용 범위에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가 배제되고, 제보자 신원 보호에 대한 방안이 부족하며 갑질 유형과 사례가 협소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는 ‘행정기관, 공공기관, 또는 공무를 위탁받아 행하는 기관·개인 또는 법인과 공무원으로 의제(擬制)되는 사람에게도 적용한다’고 적용 범위가 규정됐다”며 “그러나 제보에 따르면 공공기관 정규직 직원이 계약·파견·용역직원에게 갑질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 적용 범위에 이들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가장 열악한 지위에서 심각한 갑질을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갑질은 근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는 “공공기관에서 갑질 피해를 본 노동자들은 신원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다”며 “제보자의 신원을 철저하게 보호하면서 조사하면 공공분야 갑질 근절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제시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유형과 사례가 협소해 ‘직장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대우’를 하고도 정부가 제시한 사례가 아니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며 “갑질 유형과 사례를 지금보다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