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옥상옥 걱정된다

대통령 직속 교육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이달 말쯤 국회 공청회를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대학 관련 9개 고등교육단체와 신년 간담회를 열어 “정권 차원을 넘어 실행력을 담보하는 혁신적 교육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방침을 밝혔다. 국가교육회의는 가급적 올 상반기 중 특별법 제정을 완료한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국가교육회의를 출범시키고 국가교육위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교육부는 대학교육만 담당하고 장기계획은 국가교육위에 맡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비단 대선 공약이 아니더라도 교육계 안팎에서는 독립적인 교육기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경돼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입시제도는 이런 난맥의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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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을 초월하는 교육기구를 설립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교육부를 그대로 둔 채 위원회를 만든다면 옥상옥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 현행 교육정책 체계는 교육부가 총괄하지만 초중등교육은 사실상 일선 교육청에 위임돼 있다. 위원회 신설이 초래할 3중 구조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입시제도는 초중고교 교육과정은 물론 대학 정책과도 떼려야 뗄 수 없음에도 입시제도를 어느 한쪽에서 맡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독립기구라지만 임명권자에 따라 정치적 색채가 담길 소지도 다분하다.

그럼에도 교육부 해체론이 대선 공약으로 나올 정도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은 현실을 고려하면 논의해볼 만한 사안이다. 다만 교육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서둘러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교육 전문가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 올 상반기 중 입법을 완료한다는 식의 속도전은 절대 금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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