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수출전선 먹구름...무역흑자 행진 84개월서 멈추나

이달 20일까지 수출 11.7%↓

무역수지 9.6억弗 적자 기록




한국 경제를 사실상 외발로 이끌고 있는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이 흔들리면서다. 우리나라 수출 호조의 두 축인 반도체와 중국이 동시에 흔들리자 지난달까지 84개월 연속 유지해온 무역수지 흑자 행진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의 수출(통관 기준 잠정치)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어든 233억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243억달러로 같은 기간 17.3% 줄었다. 관세청은 월 수출액 확정치가 나오기 전 10일 단위로 파악한 수출입 현황을 발표한다. 이번 달에는 지난 4~6일 설 연휴가 끼면서 10일치는 발표하지 않고 20일치로 묶어 이날 발표했다.

설 연휴가 잡히면서 수출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실제 조업일수는 지난해 13일에서 올해 12.5일로 0.5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설사 이런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조업일수 기준 일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20억3,000만달러에서 18억7,000만달러로 8.2% 줄었다. 이에 따라 20일까지의 무역수지는 9억6,3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 1월에도 20일까지의 무역수지가 15억달러 적자였다가 막판 열흘간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며 간신히 13억달러 흑자를 냈는데 이달에도 똑같이 ‘반전’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만약 무역적자를 낸다면 이는 2012년 12월(-23억달러) 이후 85개월 만이다. 2월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지난해 12월 -1.7% 감소세로 전환한 후 3개월 연속이다. 우리나라 수출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2015년 1~3월 이후 4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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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위태로운 것은 주력 수출 품목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영향이 크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20%가량을 차지하는데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7.1% 줄었다. 시장 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PC향 기준·DDR4 8Gb)의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6달러로 전월 대비 무려 17.24% 급락했다. 낸드플래시(메모리카드향 기준·128Gb) 가격 역시 전월 대비 3% 내린 4.52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3대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인 석유제품 수출도 24.5% 줄었고 선박도 7.5% 감소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이 줄어든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26.8%가 중국으로 향했는데 이달 1~20일 수출 중 대중(對中) 수출은 13.6% 줄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출과 무역 여건이 쉽지만은 않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 수출 촉진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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