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신청] 10년간 120조 투자한다지만...수도권 공장 총량제 돌파가 관건

이천 R&D·청주 낸드플래시 기지와

세계 최대 '반도체 삼각벨트' 구축

삼성전자와 인재 확보 경쟁 불가피

이천·구미 등 탈락 지역 반발 고려

"5년간 전체투자 60% 비수도권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이 클러스터 부지로 희망한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전경. 기업들은 용인이 반도체 인재 유치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입지라고 강조한다.  /서울경제DB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이 클러스터 부지로 희망한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전경. 기업들은 용인이 반도체 인재 유치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입지라고 강조한다. /서울경제DB


SK하이닉스(000660)가 21일 경기도 용인시에 1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전이 과열되자 SK하이닉스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승부수를 날린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을 후보지로 선정한 배경으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용이하다는 점 △우수한 인재들이 수도권을 선호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삼각 벨트’ 구축=SK하이닉스 측이 신청한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는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약 448만㎡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이를 D램·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육성해 △이천의 본사 기능과 연구개발(R&D)·마더팹 및 D램 생산기지 △청주의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와 함께 ‘삼각 벨트’를 구축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기존 생산기지와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복안이다.

부지가 확정되면 국내외 50개 이상의 협력업체도 이 단지에 입주하게 된다.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등 협력업체와의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도 용인은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 244개 중 약 85%가 서울 및 경기권에 위치해 있다. 반도체 기술개발 및 생산 전 과정에서 제조사와 협력사 간 공동 R&D, 성능분석, 장비 셋업·유지보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시간 유기적 협력관계는 수도권에서만 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공장도 기흥·화성·평택 등 인근에 위치해 협력사와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는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인재 확보 경쟁 불가피=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의 인재 확보 경쟁을 위해서라도 용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중점 개발하기로 한 만큼 석·박사급 인력을 유치하려면 용인 아래로는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용인 클러스터가 최종 확정되면 우수 인재를 둘러싼 삼성과 하이닉스 간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이천과 청주보다 삼성의 경기 기흥·화성·평택 사업장이 서울과 더 가까워 삼성이 경쟁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용인은 하이닉스에 최적의 입지가 될 수 있다. 업계의 고위임원은 “첨단 산업 분야 연구원의 근무 마지노선이 분당·판교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석·박사 인재들이 일할 곳을 찾을 때 연봉만큼이나 중요시 보는 게 근무지”라고 말했다. 그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며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접근해서는 죽도 밥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반발 잠재우기 위한 비수도권 투자도 강화=결국 관건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에서 특별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느냐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최종 관문인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의결 여부.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가 지역 여론보다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이닉스도 ‘유치전’을 벌이던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정치인까지 나서 하이닉스에 러브콜을 보냈던 경북 구미, 충북 청주, 경기 이천 등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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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는 우선 기존 사업장이 위치한 이천과 청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천에는 M16 구축과 연구개발동 건설 등에 약 10년간 20조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청주에는 지난해부터 가동 중인 M15의 생산능력 확대를 포함, 약 10년간 35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 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해 충청북도·청주시와 토지 구입 양해각서(MOU)와 분양 계약 또한 체결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필두로 가장 활발하게 유치전을 펼쳤던 구미에는 SK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구미에 위치한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SK실트론을 중심으로 향후 2년간 약 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하이닉스는 “SK그룹은 향후 5년간 전체 투자 중 60%를 비수도권에 투자한다”며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신산업, 소재산업, 헬스케어·미래 모빌리티 등 5대 중점 육성분야에서 22조원을 비수도권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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