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전기차도 필요하다

맹준호 성장기업부 차장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는 왜 전부 아시아 제품인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진 말이다. 마크롱은 프랑스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전기차를 낙점하고 최근 “배터리 분야에 5년간 7억유로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의 질문처럼 왜 현재 세계의 전기차 배터리는 전부 아시아 제품일까. 답은 ‘배터리 산업은 가전이 발달한 곳에서 꽃을 피운다’는 데 있다. 반복적인 충전·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일컫는 2차 전지는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 면도기나 전동칫솔 같은 가전제품에 주로 들어간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가전 산업, 특히 가전제품 조립 부문은 한국·일본·중국에 내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2차 전지의 혁신은 한중일에서 많이 이뤄졌다.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도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전기차는 모두 아시아 배터리를 쓰게 된 것이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 중국의 CATL과 비야디(BYD), 일본의 파나소닉을 5대 배터리 업체로 친다. 한국에서는 두 업체 말고도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든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다.


프랑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 시장은 자국 배터리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인데 무역전쟁 등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수한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전기차 산업도 없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도 전기차 배터리를 내부화하기 위해 자국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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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시대에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엔진에서 나왔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완성차 메이커라면 엔진을 스스로 개발하고 만든다. 엔진 기술이야말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에 쳐놓은 거대한 진입장벽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에는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을 배터리 회사가 갖게 된다. 그래서 중국은 어차피 내연기관 기술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전기차 시대로 이행했다. 그 결과 배터리 세계 1위 회사(CATL)와 전기차 판매대수 세계 1위 회사(비야디)를 보유하게 됐다. 비야디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함께 만든다.

그러나 자동차의 핵심이 배터리 회사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몇몇 완성차 메이커는 수소차 개발로 눈을 돌렸다. 수소차의 심장인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선점해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일본의 도요타와 한국의 현대·기아차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현대·기아차의 수소차 계획을 측면 지원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한편 수소경제 선진국이 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수소 기술 선점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미래 에너지 패권까지 연결된 중대한 문제다.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전략도, 정부의 방침도 방향은 옳다. 그러나 수소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수소 경제에 대한 한국의 노력은 생각보다 먼 미래에 빛을 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국도 전기차를 버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 배터리 강국에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어서 여건이 좋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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