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5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 및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의 결속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종전선언 과정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문제를 직접 거론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후 평화체제 논의 시 주한미군 철수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종전선언에 북한이 목을 매는 것은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이어지는 논리적 흐름”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안 하면 종전선언을 다시 돌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도 있는데 국제정치에서 선언한 것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외교가 및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전선언이 한국의 안보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 이후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평화체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때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사 해체 문제는 평화협정 논의 때 중국이 거론할 문제라고 본다”며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지원을 요청하면 김 위원장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합의한다면 그에 대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영변 핵시설 폐기+α’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이 폐기돼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에서 주한미군 감축 및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한미동맹의 근본이 흔들리면 우리는 핵 위협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남 교수는 “한미동맹이 약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핵으로 위협할 때 어떻게 핵무기를 포기시키느냐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진하기 위해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경 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금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진척시키는 데 있어 미국도 상응 조치를 해야 하는데 제재완화보다 종전선언이 주는 충격이 더 크다”며 “제재를 완화하면 북한이 다음 단계인 비핵화 조치로 나아가게 하는 실질적 수단이 적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은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없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밝힌 만큼 한미동맹의 결속력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북한이 향후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해도 미국이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에 미치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