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측이 초등생 사고 발생 전부터 안전요원과 관련된 지침 위반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해 7월 25일 그랜드호텔 측이 “수영 강사가 안전요원을 겸임해도 되느냐”고 질의해 ‘안된다’고 답변했다고 25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시설관리법령을 해석하면서 안전요원과 강사는 역할이 달라 겸임이 안된다고 유권해석 하고 있어 지침대로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호텔 측은 해당 지침을 인식했지만, 사고 당시 이를 지키지 않았다. 수영장 규모에 비춰 안전요원 2명이 배치돼야 했지만,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수영장에는 1명의 안전요원과 1명의 수영 강사 겸임 안전요원만 있었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3월과 7월 두 차례 해당 호텔 수영장을 점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3월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파견된 안전전문가와 정기 합동점검임을 사전에 호텔 측에 알리고 점검이 진행됐다. 또한 지난해 7월에 민원인 불만이 접수돼 불시점검을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구는 2차례 점검 때는 등록된 안전요원이 10명이었고, 호텔 내 4명의 안전요원이 근무하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지자체 안전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점검 일자를 피검 기간에 사전에 알리고 있고, 담당 공무원 한명이 안전점검해야 할 대상도 너무 많아 사실상 제대로 된 감시도 어려운 상태기 때문이다. 해운대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담당자 1명이 모두 346곳(394곳 중 일부 직권폐업)을 맡아야 했다”면서 “규모 500㎡ 이상 시설은 매년 점검하고, 500㎡ 미만인 곳은 전년에 안 한 곳을 위주로 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그랜드호텔을 압수 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안전관리 부실이 어느 선까지 지시됐고, 인지했는지에 따라 피의자 특정 범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후 5시 17분 해운대 그랜드호텔 실내수영장 유아 풀장에서 초등학생 A(13)군이 왼쪽 팔이 철제계단 사이에 낀 채 물속에 잠겨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수영장 이용객이 A군을 발견해 안전관리요원과 함께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옮겼지만, A군은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6개월동안 해당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아온 A군은 이날도 강습을 마친 뒤 유아 풀장에서 자유 수영을 하다 사고가 났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